"좋은 집안 아이"라며 성폭행 고교생에 관용 베푼 美판사 '뭇매'

입력 2019-07-04 14:32   수정 2019-07-04 15:09

"좋은 집안 아이"라며 성폭행 고교생에 관용 베푼 美판사 '뭇매'
만취한 동급생 성폭행하고 영상 유포한 16세에 '강간 아니다' 판단
최근 항소심서 파기…당시 비공개 재판 발언 드러나면서 비판 쇄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미국의 한 판사가 성폭행 혐의를 받는 고교생이 좋은 집안의 우등생이라는 이유로 관대한 처분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재판 당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 판사의 문제성 발언들이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판단을 뒤집으면서 내놓은 결정문을 통해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뉴저지주 법원에서 몬머스 카운티를 담당하는 제임스 트로이아노 판사는 16세 고교생의 동갑내기 여학생 성폭행 혐의 사건이 '강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을 형사 미성년자로 간주하는 가정법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난해 결정했다.
뉴저지주 법은 15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중범죄로 기소되는 경우에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취급해 재판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가해자를 성인 법정에 기소하려 했으나 판사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항소심 결정문 등에 따르면 이름 대신 'G.M.C.'라는 표기로만 신원이 공개된 가해자는 파티 도중 말을 제대로 못 하고 똑바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취한 '메리'(가명)라는 여학생을 지하실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했다.
사건 발생 후 몇달이 지난 후 메리는 자신의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해자에게 이에 관해 물었다.
그는 당시 친구들에게 "첫 성관계가 강간이었을 때"라는 메시지와 함께 동영상을 유포했음에도 메리에게는 친구들이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잡아뗐다.
본인이 스스로 '강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트로이아노 판사는 '성폭행'(sexual assault)과 '강간'(rape)은 구분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은 강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트로이아노 판사는 두 명 이상의 남성이 총이나 무기를 사용해 피해자를 빈집, 헛간, 오두막 같은 곳에 몰아넣고 폭행과 협박을 동반하는 것이 '전통적인 강간의 사례'라며 그처럼 엄청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만 청소년을 형사상 성인으로 취급해 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판사는 가해자가 동영상과 함께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16살짜리 애가 친구들에게 한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특히 가해자의 집안과 교육 등 배경을 비중있게 의식한 판단도 반발을 불렀다.
트로이아노 판사는 'G.M.C'가 좋은 집안 출신이고 명문고에 다니며 성적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거론하고, 심지어 검찰이 피해자에게 'G.M.C'를 기소하면 그의 삶이 망가질 것이라는 점을 미리 설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로이아노 판사는 "그(가해자)는 그냥 대학이 아니라 '좋은' 대학의 지원자임이 분명하다. 대학 입학을 위한 성적도 매우 좋다"라고까지 썼다.
그러나 뉴저지주 법원 항소부는 지난달 2심에서 트로이아노 판사의 결정을 뒤집으면서 "법 적용을 중립적으로 검토하기보다는 '벤치트라이얼'(배심원 없이 판사가 하는 재판)을 하듯이 했다"고 비판했다.
트로이아노 판사의 트위터에는 그의 결정이 "법원이 성폭행 사건을 어떻게 다루면 안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침서"라는 비판 등이 이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가해자를 대배심이 심리하도록 명령했다.
대배심은 그를 성폭행 혐의로 기소할지 판단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뉴저지주 법원에서 미들섹스 카운티를 담당하는 마샤 실바 판사도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17년에 16세 소년이 12세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특별히 악랄하거나 잔인한 공격이 아니다"는 뜻을 표명했다.
실바 판사는 또 순결을 상실한 것 외에는 피해자가 성폭행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제기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뉴저지주 법원 항소부는 가해자를 형사미성년자로 간주해 가정법원에서 재판하도록 한 실바 판사의 결정을 파기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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