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무너진 인천경찰청"…현직 경찰관 범죄 잇따라

입력 2019-07-06 09:20   수정 2019-07-06 16:45

"기강 무너진 인천경찰청"…현직 경찰관 범죄 잇따라
뇌물수수와 폭행에 음주측정도 거부, 피의자 놓치기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근 인천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관들이 잇따라 범죄 행위 등 각종 비위로 적발되자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 불법 게임장 업주에게 단속 정보를 건네고 뇌물을 챙겼다가 검찰 수사를 받는가 하면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간부가 음주측정을 거부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6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인천 서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38) 경사는 뇌물수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풍속수사팀에서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한 불법 게임장 업주로부터 현금 4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였다.
이 게임장 업주는 A 경사로부터 수시로 경찰 단속 정보를 넘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중순에는 교통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 간부가 음주측정을 거부했다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인천 모 경찰서 교통사고조사팀장인 B(41) 경감은 지난달 14일 오후 11시 52분께 인천시 중구 동인천주민센터 공영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을 빼기 위해 후진하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B 경감에게서 술 냄새가 나자 음주측정을 하려 했지만, 그는 끝내 거부했다.
인천의 또 다른 경찰관은 지난 5월 술자리에서 팔씨름을 했다가 계속해서 지자 지인을 폭행했다.
피해자는 경찰에서 "평소 알고 지낸 형인 C(41) 경사와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다가 2차례 팔씨름을 했다"며 "C 경사가 연속해서 팔씨름을 지자 팔로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술이 깬 뒤에는 "술을 마시다가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경찰관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천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불과 2년 전에도 여러 명의 직원이 비슷한 시기 잇따라 범죄를 저질러 시끄러웠다"며 "최근 들어 또다시 조직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직 경찰관의 범죄 행위뿐 아니라 근무 중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부적절한 대응을 하거나 한눈파는 사이 피의자들을 놓쳤다가 뒤늦게 검거하는 사례도 인천에서 잇따랐다.
지난 5월에는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 서부서 청라지구대 경찰관들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아 추가 폭행을 방치한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시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인적사항만 확인했을 뿐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조치하지 않았고, 그 사이 가해자는 피해자를 위협하고 추가로 때리기까지 했다.
경찰청이 전국 각 지구대와 파출소에 전파한 '사건별 초동조치 매뉴얼'에는 '현장에 출동하면 폭력 가담 인원을 분리하고 1차 우려자(가해자)를 제압한 뒤 현장 상황을 정리한다'고 돼 있다.
경찰은 출동 경찰관들이 명백하게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가 불가피하다며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들의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달 중순에는 인천 강화경찰서에서 불법 체류 중 무면허 운전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던 이란 국적 남성 2명이 1.2m 높이의 경찰서 철문을 뛰어넘어 도주했다.
이들은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고서 건물 외부 화장실에 차례로 갔다가 담배를 피웠다. 그러나 함께 화장실에 간 경찰관이 서류 확인을 위해 잠시 사무실에 들어간 사이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하루 만에 충남 아산에서 이들을 붙잡긴 했지만, 피의자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이상로 인천경찰청장은 최근 간부 회의에서 잇따른 직원 비위 행위와 관련해 "경찰이 국민 눈높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또 원인 파악과 함께 강도 높은 감찰 조사를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경찰관 범죄는 개인적 일탈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청라지구대와 강화서 직원들의 부적절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최근 업무 진단을 통해 원인 파악을 마쳤으며 대책 마련을 해당 부서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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