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일반고 논란 10년째 되풀이…"정부가 나서서 정리해야"(종합)

입력 2019-07-09 15:29   수정 2019-07-09 16:12

자사고-일반고 논란 10년째 되풀이…"정부가 나서서 정리해야"(종합)
"수월성 교육" vs "고교서열화"…정권 따라 정책 오락가락
"시행령 개정해 한꺼번에 폐지해야"…정부 "일괄 폐지는 불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전북 상산고를 시작으로 진행된 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4곳의 평가결과 발표가 9일 끝났다. 서울 8곳과 상산고, 부산 해운대고, 경기 안산동산고 등 11개 학교가 운영성과평가 결과 기준점을 넘지 못해 지정취소됐다.
아직 교육부의 최종 동의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당분간 논란은 불가피하다.
자사고 논란은 '자사고'라는 학교 형태가 도입된 이후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논란은 5년마다 치러지는 운영성과 평가 때마다 극심하다. 내년에도 18개 학교가 운영성과를 받아야 하는 만큼 혼란은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예견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 일반고 전환을 교육청의 재지정평가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배재·세화 등 서울 8개 자사고 지정취소…평가대상 60% / 연합뉴스 (Yonhapnews)
◇ '자사고 vs 일반고' 교육 수월성-평등성 논란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을 둘러싼 오래된 교육계 논쟁의 연장선상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더 지원해서 키우기 위해 능력별·수준별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고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시각이 첨예하게 맞선다.
자사고는 이 중 수월성 측면을 대표하는 학교다. 이명박 정부는 질 좋은 우수학교를 많이 만든다는 취지로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사고 100개를 설립하겠다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당시에도 자사고가 일반고의 3배 이상 등록금을 내야 하는 만큼 '귀족 학교'가 될 것이고 특수목적고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고교 입시가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자사고 정책을 밀어붙였고 2010년 이후 전국에서 54개 학교가 자사고로 지정됐다.
일반고는 정부에서 정한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지만 자사고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한 취지와는 달리 일부 자사고의 교육과정이 사실상 입시 위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사고의 대학 진학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입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우리 교육 풍토상 고교 서열화로 이어졌다는 게 자사고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폐지론자들은 특히 자사고에 학생을 우선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다 보니 우수 학생이 빠져나간 일반고에서는 면학 분위기 조성이 어려워져 슬럼화·황폐화가 가속했다고 지적한다.



◇ 고교 정책, 정권 따라 오락가락
참여정부는 당시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보고 설립을 엄격히 제한했다. 그러나 교육의 수월성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자립형 사립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며 자사고를 대거 늘렸다. 박근혜 정부는 자사고의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겠다며 자사고 유지와 일반고 육성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제시하며 폐지 정책을 내세웠다.
폐지 논란은 첫 재지정평가가 시작된 2014년 이미 시작됐다. 당시 대거 당선됐던 진보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를 공동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자사고를 두고 "입시 위주 교육과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교육 불평등을 초래한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던 조희연 교육감은 전임 문용린 교육감 시절 이뤄진 평가를 뒤집고 14개 학교를 재평가해 6개 학교에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당시 박근혜 정부 교육부는 교육감 재량권 남용 등을 이유로 교육청 결정을 직권취소했다. 또 자사고 취소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거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 사태는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진 끝에 3년 6개월만인 지난해 7월 교육부 승소로 마무리됐다.


◇ 여론은 '자사고 폐지'가 우세…정부 "일괄 폐지는 안돼"
여론은 자사고 폐지에 좀 더 우호적이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 고교체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한다'(매우 찬성+찬성)는 응답이 47.2%, '보통이다'가 37.7%, '반대한다'(반대+매우 반대)가 15.2%로 나타났다. 초·중·고 학부모로 응답자를 좁혀도 '찬성' 의견이 54.3%로 반대 13.4%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진영에서는 재지정평가 때마다 논란이 반복되는 만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아예 '자사고'라는 학교 형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항은 교육감이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사립고등학교를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고등학교(자율형사립고)로 지정·고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조항만 삭제하면 자사고 지정의 법적 근거가 사라져 '일괄 폐지'가 가능하다. 시행령인 만큼 교육부 의지만 있다면 국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폐지도 가능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재지정) 평가를 통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소모적 갈등과 논쟁을 부추길 뿐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면서 "국회와 교육부가 근원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교총 등은 자사고에 관한 법적 근거를 오히려 강화할 것을 주장한다. 자사고 근거규정과 교육청의 재지정평가, 교육부 동의 절차 등이 모두 시행령에 명시돼 있어 정권과 교육감 성향에 따라 정책이 일관성없이 적용된다고 보고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학교 체제 등을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들은 올해 4월 '자사고·외고 우선선발 폐지' 헌법소원 결정에서 "지금 자사고의 존폐 혼란이 자사고 등 고교 종류와 신입생 선발 시기를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기인한다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면서 "향후 국회가 고교 종류 및 입학전형제도를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고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등은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입법하는 것이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보다 부합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괄 폐지'에는 부정적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일괄적인 전면 폐지는 공약과도 맞지 않는다"며 "다만 내년까지 모든 자사고 평가가 끝나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면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학교정책의 안정성, 사립학교의 노력, 학생의 학교 선택권 등을 고려해 일괄전환은 매우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고교평준화제도 아래에서 일괄전환이 이뤄지면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이나 학교가 자사고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면서 "이로 인해 전체적인 일반고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사고를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대입제도가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실제 고교체계 개편은 대입제도 개편과 맞물려야 하지만 현 정부는 대입제도 개편을 사실상 다음 정부로 미뤄둔 상태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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