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수상 스트리클런드 "젊은 과학자 지원 강화 필요"

입력 2019-07-12 11:25   수정 2019-07-12 11:34

노벨물리학상 수상 스트리클런드 "젊은 과학자 지원 강화 필요"
55년만에 물리학상 받은 여성과학자…서울대서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지난해 여성 과학자로는 55년 만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아 주목받은 도나 스트리클런드(60)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가 12일 서울대를 방문, 젊은 과학자를 위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도 미국의 젊은 과학자 지원프로그램인 '슬로안 연구 펠로우십'(Sloan Research Fellowship)의 지원을 받아 연구 활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경험을 전했다.
그는 "단순히 연구비만 받는 게 아니라 이 상에 따르는 명성을 얻게 돼 이후 더 큰 연구비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과제를 선정할 때 연구 아이디어와 예상 성과를 담은 '연구계획서'만 가지고 심사하는 경우가 많아져야 한다며 이런 방식이 이미 자리를 잡은 연구자와 새로 연구를 시작한 연구자를 보다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1985년 미국 로체스터대 박사과정 학생일 때 지도교수인 제라드 무루와 함께 고출력 레이저 펄스를 만드는 CPA(처프펄스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기술을 개발했다. CPA는 피코초나 펨토초의 짧은 레이저 펄스를 길게 증폭한 뒤 다시 짧게 압축하는 방법이다. 현재 다양한 연구기관이 이 기술을 활용해 고출력 레이저를 만들어 빛과 물질 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또 라식 같은 안과 수술이나 휴대폰 부품 정밀 가공 등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런 연구 내용을 설명하며 "레이저 자체가 아름다운 과학이다. 제 연구는 '레이저 망치'라고 생각하면 쉽겠다"고 비유했다. 그는 "애초 이 연구를 수행하며 구체적인 응용분야를 생각하진 못했지만, 지금 이 기술은 연구에 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기기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작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 당시 물리학상에서 55년 만에 세 번째 여성 수상자가 되면서 주목받았다. 또 당시 정교수가 아니라 부교수 직함이라 과학계에도 성차별이 있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도 여성 과학자로서 차별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런 질문이 대부분이라는 게 우리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CPA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노벨상을 함께 받은 무루 교수인데 여성이란 이유로 제자인 제게 초점이 맞춰진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많은 여성이 성차별을 느끼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차별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상사와 동료들은 모두 저를 공정하게 대우했다"고 말했다.
1997년부터 캐나다 워털루대에서 일했지만 부교수 직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승진신청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정년보장을 받은 상태였고 정교수로 승진해도 급여가 오르지 않기 때문에 승진 신청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노벨상 발표 뒤 승진 신청을 했고 지금은 정교수가 됐다"고 말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의 연구 분야인 광학 분야에서는 최근 노벨상 수상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4년에는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이 각각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한 일본 과학자들과 초고해상도 현미경 개발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는 "작년 노벨물리학상이 광학 분야에 수여돼, 레이저가 다시 (노벨상위원회의) 주목을 받으려면 최소한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이 분야에서 다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아토초 과학'을 개척한 폴 코컴 캐나다 국립연구위원회 박사가 될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은 뒤 코컴 박사와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이분이 레이저 과학에 기여한 것을 고려하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직 한국인 중에 노벨 과학상을 받은 연구자는 없다. 이에 대해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노벨상은 운이 따라줘야 하므로 이를 목표로 연구자들이 커리어를 이어가는 건 이상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 방한이라는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휴대폰을 쓰고 저도 집에서 LG가전을 쓴다"면서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해서 발전을 이뤄낸 아주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한국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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