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고교야구 '빡빡머리' 전통 바뀌나…장발 허용 늘어나

입력 2019-07-17 11:22  

일 고교야구 '빡빡머리' 전통 바뀌나…장발 허용 늘어나
고치현 '탈 삭발선언'후 선수 1명 증가, 감소→증가 반전 11년만
관계자 '두발형태 경기에 영향없다' 불구 '선수는 삭발' 사회인식이 장벽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고교야구의 상징 처럼 인식되고 있는 선수들의 '까까머리'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빡빡머리에서 벗어나 장발을 허용하는 팀이 늘기 시작했다.
"탈 까까머리를 추진하겠다"
17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고치(高知)현 중학교체육연맹 야구전문부는 올 2월 야구인구 감소대책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현 전체가 보조를 맞춰 이런 선언을 한 건 이례적이다.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구치(川口)시 중학교체육연맹이 2016년 '야구인구증가 프로젝트'의 하나로 삭발강요금지 운동을 추진하는 사례를 참고했다.


고치현은 2008년 2천37명이던 현내 중학교 야구부원 수가 작년에 1천3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탈 까까머리'를 선언한 직후인 금년 5월에는 선수가 작년보다 1명 늘었다. 선수 수가 증가로 돌아선 건 11년만이다.
일본교고야구연맹과 아사히신문이 5년마다 실시하는 조사에서 두발을 '빡빡머리'로 정한 학교는 1993년 51%에서 98년 31%로 줄었으나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13년 80%, 작년에는 약간 줄어든 77%로 나타났다. 까까머리는 일본 고교야구의 상징인 셈이다.
두발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아 장발도 가능한 학교는 1993년 19%에서 98년 41%로 높아졌지만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2013년 11%, 작년에는 14%로 조사됐다.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이쿠시마 쥰(生島淳)은 "취업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모두 비슷한 검은 색 정장을 입듯 대부분이 눈에 띄기를 겁내 삭발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용심을 상실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는 풀이다.
야구부원의 삭발을 엄격한 관리의 상징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전통적인 야구 강호학교에서도 장발을 허용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 아사히카와(旭川)대학 고교 야구부는 장발을 허용하고 있다. 20년 이상 이 팀을 지도해온 감독이 재작년 겨울 '삭발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머리를 기를 자유가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자기관리를 할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버릇을 익히게 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선수들도 머리 형태가 경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지는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다고 한다. 경기장 안이나 밖에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야구부원이 머리를 길렀기 때문"이라는 뒷말을 들을 수 있다.
봄대회와 여름대회를 합해 전국 선수권 대회에 8번 출전한 야구 명문 니가타메이쿤(新潟明訓)고교 야구부의 기시모토(岸本大輝) 주장(3학년)은 "(사회가) 머리를 길렀어도 제대로 잘 하고 있다고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에다 마코토(上田誠) 전 게이오(慶應)고교 감독은 "야구부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어 삭발에 저항하지 않기 때문에 순종적인 아이들이 들어온다고 할 수 있지만 야구를 하는데 삭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합리적인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냥 '야구선수는 삭발'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2015년까지 게이오고교 감독을 지낸 그는 재직시 선수들의 두발을 자유화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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