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충돌에 美·中과도 불편…英 신임 총리 과제 산적

입력 2019-07-23 20:22  

이란과 충돌에 美·中과도 불편…英 신임 총리 과제 산적
이란 혁명수비대, 영국 유조선 나포 후 억류
외교전문 유출 후 주미대사 사임…中과도 홍콩 시위놓고 갈등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23일(현지시간) 영국 보수당 당대표 겸 총리로 선출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앞에는 브렉시트(Brexit) 외에도 해결해야 할 외교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영국이 최근 유조선 억류를 둘러싸고 이란과 충돌한 데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 및 중국과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란과의 갈등이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서명국 중 하나인 영국은 그동안 미국의 일방적 탈퇴에도 불구하고 핵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영국은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와 함께 미국과 이란이 서로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걸프 해역에서 이란이 영국 유조선을 나포, 억류하면서 영국과 이란 간 직접적인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은 지난 4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어기고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하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 호를 억류했다.
이란은 이를 "해적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영국이 미국의 사주를 받아 이같은 억류를 단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맞대응의 일환으로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나포했다.
이에 영국 측은 2016년 해제된 EU의 대 이란 제재 복원을 검토하는 등 각종 외교·경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양국은 2016년 4월 테헤란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수감된 이란계 영국 여성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의 석방 문제를 놓고도 그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과의 관계회복도 신임 영국 총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영국과 미국의 특별한 동맹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영국 극우정당의 반무슬림 동영상을 리트윗해 영국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았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했다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브렉시트 협상 전략 등을 놓고 메이 총리에 쓴소리를 하는 등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급기야 최근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의 외교전문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국 간 관계는 더 악화됐다.
대럭 대사가 본국 외무부에 보낸 이메일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서툴다", "무능하다", "불안정하다"고 평가한 사실이 이달 초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럭 대사를 "더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낙인찍었다.
대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만찬 행사 초청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당초 예정됐던 영국과 미국 간 무역 협상마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루자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존슨 내정자는 최근 당대표 경선 TV 토론에서 경쟁자인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과 달리 대럭 대사를 두둔하지 않아 그의 사임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영국 신임 총리로서 존슨 내정자는 대럭 대사 후임으로 어떤 인물을 주미 대사로 보내 관계 회복을 시도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 내정자에게 그동안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온 점은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메이 총리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뒤 영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의 후임 총리 후보군과 관련, "내 생각엔 보리스가 매우 잘할 것 같다. 그가 아주 훌륭하다고(excellent)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그를 좋아한다. 항상 그를 좋아했다"며 "그가 선출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매우 좋은 사람, 매우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한 지난해 7월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전략을 비판하면서 존슨 내정자에 대해서는 "훌륭한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영국 정치권의 분노를 샀다.
존슨 내정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과의 관계도 영국 신임 총리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문제 중 하나다.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발생한 시위와 관련해 메이 총리, 헌트 외무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지지 의사를 밝히자 중국은 "홍콩은 더는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다"며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다.
존슨 내정자 역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들은 임의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중국 본토 송환 제안에 대해 회의적이고 불안해할 권리가 있다"며 중국 정부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준수를 촉구했다.
이같은 양국 간 갈등은 영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허용 여부에 따라 더 깊어질 수 있다.
앞서 메이 총리 내각은 5세대(G) 통신망 구축과 관련해 핵심 장비를 제외한 비핵심 장비에 한해 화웨이 제품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다만 최종 결정은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입장이 정리된 뒤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은 신임 총리에게 넘어가게 됐다.
존슨 내정자는 최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을 환영하지만, 영국이 중요 국가 안보 인프라를 손상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을 중국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총리가 된다면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정보공유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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