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질문 공세에 '얼떨떨'…"관중분들 응원 소리, 물속에서도 다 들렸어요"

(광주=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엄청나게 기네요?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는데…."
박수진(20·경북도청)은 예상치 못한 '질문 공세'가 신기한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박수진은 24일 오후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200m 준결승에서 2분09초97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전체 16명 중 13위를 차지한 그는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박수진은 이날 오전 펼쳐진 예선에서 17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지만, 11위를 차지한 브리애나 스로셀(호주)이 기권하면서 16명이 겨루는 준결승행 막차를 탔다.
박수진은 지난 2번의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예선 탈락했다.
2015년 카잔 대회에서는 20위에 머물렀고,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 때는 18위로 준결승행이 좌절됐다.
'3수' 끝에 마침내 준결승 무대를 밟은 박수진은 들떠 보였다.
입장 때부터 밝은 표정으로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넨 그는 경기를 마친 후에도 머리 위에 양팔로 하트를 그리며 응원에 화답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온 그는 예상보다 많은 취재진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박수진은 "끝나고 몸을 풀고 있었는데 코치 선생님이 준결승에 갔다는 소식을 알려주셨다"며 "너무 기쁘고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준결승에 올라간 게 처음이라 더 잘하고 싶었는데, 내 기록도 깨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초반 100m까지 선두로 물살을 갈랐던 박수진은 후반 구간에서 경쟁자들에게 밀리며 순위가 떨어졌다.
그는 "예선 당시 50m∼100m 구간 기록이 느려서 준결승 때는 이 구간에 전력을 다했다"며 "결과적으로 후반 페이스가 말리기는 했지만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다음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오후 경기를 뛰는 유일한 한국 선수인 박수진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그가 중반까지 1위를 유지하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박수진은 "응원 소리가 정말 컸다. 물속에서도 다 들렸다"며 "정말 힘이 많이 됐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벌써 3번이나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았지만, 박수진은 그동안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같은 종목에 안세현이라는 걸출한 스타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세계선수권 접영 200m에서 한국 여자 경영 사상 최고 순위인 4위에 올랐던 안세현은 이번 광주 대회 대표 선발전에서 접영 100m 2위, 200m 3위에 그쳐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박수진은 당시 선발전 접영 200m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수진은 "주목을 받지 못할 때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겠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이렇게 길게 인터뷰를 할 줄은 몰랐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큰 대회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박수진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는 "이번 대회 전까지는 준결승이 목표였는데, 이를 이뤄서 한단계 성장한 것 같다"며 "아직 올림픽을 나가본 적이 없는데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새로운 목표로 잡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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