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냈다"…주지사 사임에 푸에르토리코 시민들 열광

입력 2019-07-26 00:30  

"우리가 해냈다"…주지사 사임에 푸에르토리코 시민들 열광
'막말 채팅' 폭로 후 12일 연속 시위로 주지사 퇴진 끌어내
후임 바스케스 법무장관 반대 시위 이어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가 '막말 채팅' 폭로 12일 만인 24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하자 퇴진 시위를 이어온 푸에르토리코 시민들은 "민중의 승리"라며 열광했다.
이날 밤 11시 40분께 로세요 주지사가 영상 메시지를 통해 8월 2일을 기해 퇴진하겠다고 발표하기 전 수도 산후안의 주지사 관저 라포르탈레사 앞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거리를 메웠다.
주지사의 사임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 낮부터 하나둘 모여든 것이다.
같은 시간 산후안의 구도심에도 많은 시민이 모였다.
푸에르토리코 일간 엘누에보디아가 생중계한 영상 속에서 시민들은 깃발을 흔들고 냄비를 두드리며 오후 내내 주지사의 발표를 기다렸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수시간 이어지고 마침내 주지사가 관저 안에서 찍은 영상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시위대는 일순간 침묵에 잠겼다.

시민들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숨죽인 채 주지사의 목소리에 바짝 귀를 기울였고 마침내 기다리던 사임 발표가 나오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우리가 해냈다"고 외치며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도 흘렸다.
지난 12일간 푸에르토리코 거리를 가득 메운 분노가 환희로 바뀐 순간이었다. 푸에르토리코 거리 곳곳에서는 흥겨운 춤과 노래가 밤새 이어졌다.
지난 13일 푸에르토리코 탐사저널리즘센터가 889쪽 분량의 로세요 주지사의 텔레그램 채팅 메시지를 폭로한 이후 시민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거리로 나와 주지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지쳐있던 시민들은 막말로 얼룩진 데다 위법의 소지까지 있는 주지사의 채팅 메시지에 억눌렀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지난 22일 시위에는 푸에르토리코 인구 320만 명의 6분의 1이 넘는 5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주지사도 거세지는 퇴진 여론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여론에 응답한 사법당국의 수사와 의회의 탄핵 추진도 주지사를 압박했고 결국 40세 초선의 주지사는 4년 임기의 절반가량만을 채운 채 두손을 들게 됐다.
주지사 퇴진을 끌어냈지만 모처럼 투쟁 동력을 결집한 푸에르토리코 시민들은 멈추지 않는다는 각오다.
늦은 밤까지 거리에 있던 시민들은 25일 오전에도 깃발을 흔들며 행진을 이어갔다고 엘누에보디아는 전했다. 주지사의 퇴진을 축하하는 동시에 후임자에 항의의 뜻을 보내는 시위다.
주지사의 퇴임 이후 완다 바스케스 법무장관이 주지사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서열 2위는 국무장관이지만 문제의 채팅방 멤버였던 루이스 리베라 마린 전 국무장관은 일찌감치 사임했다.
시위대는 바스케스 법무장관 역시 로세요 주지사의 측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거리에 나와 있던 줄리 리베라(21)는 로이터통신에 "정말 정말 기쁘지만, 계속 여기에 남아 외쳐야 한다"며 바스케스 장관의 주지사 대행 취임에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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