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보다 더운 '열탕' 파리…"기후변화가 부른 뉴노멀"

입력 2019-07-26 10:32   수정 2019-07-26 11:19

카이로보다 더운 '열탕' 파리…"기후변화가 부른 뉴노멀"
오스트리아 유아 과열 차량서 탈수증 사망…철길 온도 낮추려 흰색 칠
마약성 약물 찾아 컨테이너 잠입 남성들, '구해달라' 경찰에 자진신고
선풍기 동나고 부채 인기…전문가 "이상 폭염, 일상 될 수도"



(파리 AP=연합뉴스) 연일 섭씨 40도를 웃도는 맹렬한 더위 기세에 서유럽 전역이 일주일째 신음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의 최고기온은 섭씨 42.6도로 역대 최고를 나타냈고,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州) 링겐도 같은 기온으로 독일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도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기며 연일 최고기록이 깨졌다.
섭씨 40∼42도는 사우나에서도 가장 뜨거운 '열탕'의 수온에 해당한다.
프랑스 언론은 파리 기온이 이집트 수도 카이로보다 더 높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기록적 더위에 서유럽 곳곳에서는 온열 피해와 사고가 속출했다.
오스트리아 남부 스티리아에서는 2세 유아가 주차 중 과열된 자동차 안으로 기어 올라간 후 탈수증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벨기에에서는 마약성 약물을 구하려 앤트워프항구의 컨테이너에 잠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2명의 남성이 빠져나오지 못하자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하고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철도 의존도가 높은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일부 마을은 선로가 고온에 늘어나는 것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로 선로를 흰색으로 도색했다.
정확성과 안전성으로 유명한 독일 철도, 즉 도이체반은 25∼26일 예매 고객이 일정을 연기할 경우 변경 수수료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독일 서부 쾰른에서는 자원봉사들이 더위에 지친 행인에게 공짜로 식수를 나눠주는가 하면, 말라버린 라인강둑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이 목격됐다.




앞서 이번 주 프랑스 국영전기회사 EDF는 남부 타른에가론 도(데파르트망)에 있는 골페슈 원전의 냉각수 과열 우려에 따라 원자로 2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폭염은 전통적으로 가정과 공공장소에서 에어컨 없이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은 채 여름을 지내던 서유럽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파리에서는 선풍기 재고가 동났고, 지하철에는 손부채로 더위를 쫓는 승객을 쉽게 볼 수 있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폭염이 2003년과 같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3년 유럽 폭염 당시 프랑스에서는 냉방장치 없는 아파트 거주 노약자 등 약 1만5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더위는 사하라 사막의 열풍이 이베리아반도를 거쳐 서유럽으로 밀려들면서본격화했다.
기상학자들은 이런 서유럽의 여름철 폭염이 새로운 일상, 즉 '뉴노멀(New-normal)'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23일 유럽중기기상전망센터(ECMWF)의 발표에 따르면 유럽의 지난달 평균기온은 역대 평균보다 2도나 높아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지난달 프랑스 일부 지역은 기온이 섭씨 46도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 프랑스 당국은 폭염경보를 처음으로 최고 단계인 '적색'으로 올렸다.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계속 높여 앞으로 폭염이 더 자주 찾아오고 더 극악해질 것이란 게 기상학자들의 전망이다.
미국 조지아대 마셜 셰퍼드 교수(기상학)는 "유럽과 그 외 세계 각지에서 '역대급 더위'가 나타나는 기후변화 '유전자' 같은 게 생겼다"면서 "불행히도 이런 경향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기상학자 케이트 마블은 "2003년 유럽 폭염은 지구온난화와 명백한 관련성을 보인 첫 사건"이라며 "지구온난화에 따라 폭염은 더 잦고 더 극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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