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계 '태풍의 눈' 레이와 야마모토 대표에 야당들 '러브콜'

입력 2019-07-30 07:00  

日 정계 '태풍의 눈' 레이와 야마모토 대표에 야당들 '러브콜'
'풍운아' 오자와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서 '정치왕도' 수업
야당들 '연대하고 싶다', 자민당 '야당통합 상징 될라' 경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21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결성 3개월만에 비례대표 2명을 당선시켜 일약 일본 정계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레이와신센구미(令和新選組)'의 탤런트 출신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대표가 기존 야당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표면상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야마모토가 야당 통합의 상징으로 떠오르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야마모토가 만년 여당인 자민당을 2번이나 집권당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든 정계개편을 주도했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서 '정치의 왕도'를 배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일본 정계의 '풍운아'로 불린 오자와에 이어 또한번 일본 정계개편의 '태풍의 눈'이 될지 여부에 일본 조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금지 물체로 살아왔는데 오늘 공중파 방송에서 불러줘 깜짝 놀랐다. 날 불러준 건 여기 밖에 없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야마모토 대표는 지난 25일 TV 아사히의 생방송 프로그램인 '하토리 신이치(羽鳥?一) 모닝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레이와 신센구미는 야마모토가 4월1일 설립한 '정치단체'다. 일본 언론의 선거보도는 '정당'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게 일반적이다.
레이와는 7월4일 공고된 참의원 선거에 본인을 포함해 10명의 후보를 공천한 '단체'일뿐이었기 때문에 주요 공중파 TV는 이 단체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에서 228만표를 얻어 비례대표 2명을 당선시키며 득표율 4.6%를 기록, '정당'의 법적 요건인 2%를 거뜬히 넘어섰다. 선거가 끝나자 언론의 대접도 달라져 이날 TV 아사히의 생방송 25분은 거의 그의 독무대였다.
야마모토는 TV 탤런트 출신으로 <마이웨이> <역도산> 등 한국 영화에도 출연했다. 이날 TV 생방송에서도 물만난 고기처럼 가계소비와 저축이 '제로'인 가구에 관한 데이터 등을 토대로 스스로 제작한 패널을 들고 나와 '탤런트 출신 답게'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소비세 폐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의 정치는 여러분에 대한 배신의 연속일 뿐이다.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우선 야당이 손을 잡고 정권교체를 추진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일본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참의원 운영위원회 이사회는 레이와 소속으로 당선한 후나고 야스히코(船後靖彦) 씨와 기무라 에이코(木村英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대형 휠체어가 들어설 수 있는 의석 2개를 설치했다. 후나고 씨는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을 앓아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목소리도 낼 수 없는 후나고 씨는 인공호흡기 등을 장착한 휠체어가 없으면 생활이 어렵다.
생후 8개월 때 보행기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뇌성마비로 손과 발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기무라 씨도 같은 처지다.
야마모토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후 '탈원전'을 주창하면서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속해 있던 연예사무소를 나왔다. 2012년 중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하자 2013년 참의원 선거 도쿄(東京)선거구에 출마,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했다. 그러나 정당간 협상과 논쟁이 중심인 국회에서의 활약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전기가 찾아왔다. 일본 정계의 '풍운아'로 불리는 오자와 이치로 전 자민당 간사장을 만난 것. 당시 오자와는 '생활당'을 이끌고 임한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의석이 4석이나 줄어 정당 요건을 상실한 상태였다. 오자와는 무소속인 상태로 활동하던 야마모토를 발탁했다. 당 이름도 '생활당과 야마모토 다로와 동료들'로 바꿨다. 야마모토는 여기서 '정치의 왕도'를 배웠다고 공언하고 있다.
언론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야마모토의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선거전략에 주목했지만 실제로 그가 활동을 시작한 건 작년 가을부터다. 올 여름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거리활동에 나서 일주일에 몇번씩 퇴근시간대 역전에서 2시간 정도 가두활동을 한 뒤 1시간여에 걸쳐 악수, 셀카 요청에 응했다. 오가사와라(小笠原)제도와 이즈(伊豆) 등도 방문해 유권자와 악수를 나누는 활동을 계속했다. 오자와가 자민당 시절부터 주장해온 선거수법이다. 오자와가 스승으로 받드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1918∼1993) 전 총리의 '숫자가 힘'이라는 정치방식도 이어 받았다.
"오자와씨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권력을 잡지 못하면 훌륭한 말만 되풀이하는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당한 교훈도 배웠다"고 한다. "큰 덩어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도 견디고 버텨야 하는 곳에서는 견디고 버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레이와신센구미의 기세에 기존 정당들은 안절부절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9석이던 의석을 17석으로 늘렸지만 비례대표 선거 득표수는 2017년 중의원 선거 때의 1천108만표(득표율 19.9%)에서 792만표(득표율 15.8%)로 감소했다. 당의 한 간부는 "레이와에 표를 빼앗긴 탓이 크다"며 아쉬워했다.자민당의 한 중의원 의원은 "야마모토의 연설 실력이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大阪)시장이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고이즈미 진지로(小泉進次?)와 맞먹는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야마모토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 출마를 공언하고 있다. "당세를 불려 최종적으로는 정권을 잡겠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주요 야당들도 "연대할 수 있다면 좋겠다"(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 "솔직하게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대표)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이 전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 후보 비례대표 3번으로 출마한 야마모토는 비례 1·2번을 우선 당선시키는 '특정틀' 제도를 사용한 탓에 전국 최다인 99만여표를 얻고도 낙선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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