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필요한 노동 관계법 개정안을 30일 공개했다. 개정안은 의견수렴을 위한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방침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 관계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에 따라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면 핵심협약 기준을 반영한 법 개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야당이 핵심협약 비준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국회에서 법 개정과 비준 논의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가 공개한 노동 관계법 개정안은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을 핵심협약 기준에 맞도록 바꾼 것이다. ILO 8개 핵심협약 가운데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것은 4개다. 정부는 이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와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개의 비준을 추진한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이,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 공무원과 교원, 소방공무원, 대학 교원의 노조 가입 허용이 핵심이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에는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 삭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2년→3년), 쟁의행위 때 생산시설과 주요 업무시설 점거 금지도 들어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4월에 발표한 공익위원 권고안이 반영됐다. 전체적으로 노동자 단결권을 크게 강화하면서 경영계 요구도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 기준에 못 미친다며, 경영계는 핵심협약 비준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은 국회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것 같다.
정부는 처음에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법 먼저 개정하고 그 뒤에 비준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경사노위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면 이를 토대로 법을 고친 뒤에 비준 동의를 추진하려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방향을 틀었다. 우리가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해결 절차 최종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구해와 더는 시간을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노동 관계법 개정안과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이 정기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동계와 경영계, 진보와 보수 사이에 치열한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ILO 핵심협약 관련 법안 쟁점들을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 의원들이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입법 과정에서는 단체협상 기간 연장, 노조의 직장점거 제한,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등 핵심 쟁점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모두 노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이슈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국내 주요 경제지표의 악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EU와 분쟁까지 더해지면 우리에게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노동 후진국이라는 꼬리표를 뗄 필요도 있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국회는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하며, 미적거릴 여유는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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