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기참사' 데이턴·엘패소 방문…시위대 항의 속 잠행(종합2보)

입력 2019-08-08 17:02  

트럼프 '총기참사' 데이턴·엘패소 방문…시위대 항의 속 잠행(종합2보)
부상자·가족 위로…시위대, 병원밖서 "돌아가라" 항의
언론 눈 피해 '잠행', WP "대중에 애도 표시하는 대통령 전통과 단절"
시위 보도 언론에 불만 표출…"가짜뉴스가 헐뜯으려 했지만 안됐다"


(워싱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주영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연이어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오하이오주 데이턴과 텍사스주 엘패소를 차례로 찾았다.
지난 3∼4일 시민을 향한 무차별 총격으로 31명이 목숨을 잃은 이번 참사를 '악(惡)의 공격'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두 지역을 찾아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하기 위한 행보다.
그러나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현장 방문을 통해 국가 차원의 비극적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국가 원수에게 기대하는 전통적인 '치유자' 역할을 하려 한 것 같으나, 오히려 사회 분열을 촉진하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혹독한 평가를 했다.
총기참사 도시 방문 전 "정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정작 해당 도시에 가서는 민주당 인사들에게 비난을 퍼부었고, 게다가 대중의 눈길을 피해 '잠행'을 이어가며 언론 보도마저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데이턴과 엘패소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분열의 언어'가 총기 폭력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라면서 "내 말은 오히려 사람들을 단합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떤 형태의 증오 단체가 발호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며 "나는 그것에 관해 무언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내놓을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언급은 평소 그가 인종·종교·이민정책 등을 매개체로 자주 분열적인 발언을 했고 지도자의 이런 언사가 증오 범죄를 부추겼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방어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전 11시께 데이턴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총격 사건의 생존자들이 입원한 마이애미밸리 병원을 찾았다.
1급 외상 센터인 이 병원은 여러 명의 총격 사건 피해자를 치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병원 의료진과 응급구조대원 등을 만나 격려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데이턴에서부터 시위대와 맞닥뜨리며 성난 민심을 확인해야 했다.
총기난사 사건으로 9명이 숨진 데이턴에선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을 찾던 순간 건물 밖에는 200명이 넘는 시민이 시위를 벌였다. "그는 환영받지 못한다"는 구호가 쏟아지고 반(反)트럼프를 상징하는 '베이비 트럼프' 풍선도 등장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들은 '뭐라도 해보라'(Do something), '생각과 기도가 아닌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존재는 단지 우리의 트라우마만 악화시킨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의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때 오하이오 데이턴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지명을 '털리도'라고 잘못 말한 것을 비꼬아 '털리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오물 청소를 하겠다'(drain the swamp·워싱턴 정가의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뜻)는 공약을 비튼 '당신의 오물을 청소하라'는 문구도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AP는 "데이턴, 엘패소를 방문하는 트럼프는 시위와 맞닥뜨렸다"며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인 언사가 정치적, 인종적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그의 도착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시간 못 미쳐 데이턴에 머문 뒤 텍사스주 엘패소로 향했다. 엘패소에서는 월마트 내 총기 난사로 22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과 접경한 도시인 엘패소 대학 메디컬센터를 방문해 부상자를 위로했다.

엘패소에서는 더 많은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트럼프는 인종주의자',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그를 돌려보내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는 도로변에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집으로 돌아가라'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펼쳐져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들른 엘패소 대학병원 주변에서는 경찰이 폭동 진압복을 갖춰 입은 채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잠행이라 할 만큼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의 모습은 동행 취재에 나선 언론의 눈에도 온종일 띄지 않을 정도여서 그 밖의 행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턴을 떠나 엘패소로 이동하는 길에 자신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환자들을 만났다면서 의료진 및 경찰들과 대화하는 사진과 영상을 직접 트위터에 올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회복 중인 도시를 위로하기 위한 첫 방문지인 데이턴에서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출발과 도착 당시 공항에 짧게 모습을 드러낸 것 외에는 공개 발언하거나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WP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로키' 행보에 대해 "슬픔에 잠긴 지역사회를 방문하는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애도를 표하고 국가를 위로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한다"며 "전통과의 뚜렷한 단절"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방문한 도시에 시위대가 운집했다는 언론 보도에 불만을 품은 듯 트위터에 "가짜 뉴스가 나와 이번 방문을 헐뜯으려 했지만 그렇게 안 됐다. 사랑과 존경, 열광을 다 볼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데이턴에서 함께 병원을 방문한 민주당 소속인 셔로드 브라운 오하이오 상원의원과 낸 웨일리 데이턴 시장을 지목하며 이들이 "병원 안에서 일어난 일을 완전히 왜곡하는 것을 봤다. 내가 떠난 뒤 그들이 한 기자회견 내용은 사기다"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데이턴과 엘패소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장은 총기규제법 통과를 위해 여름 휴회를 접고 상원을 열 것을 종용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상원 원내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척 슈머(민주·뉴욕) 원내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방정부가 총기에 접근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기만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상원을 열어 관련법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신속한 처리를 촉구한 법안은 올해 초 하원을 통과한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법안 등 2가지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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