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푸틴, 정상회담서 상대국 대규모 집회 놓고 '신경전'(종합)

입력 2019-08-20 07:01  

마크롱-푸틴, 정상회담서 상대국 대규모 집회 놓고 '신경전'(종합)
마크롱, 모스크바 공정선거 시위 언급 "러시아도 정치적 자유 지켜져야"
푸틴 "우리는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같은 상황 안 일어나게 할 것"
푸틴, G7+러시아 회담 개최 의사 피력도…시리아 문제선 입장차 재확인



(파리·모스크바=연합뉴스) 김용래 유철종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상대국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였다.
마크롱이 러시아의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먼저 거론하자 푸틴은 "우리는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같은 상황이 안 일어나게 하겠다"고 반박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마크롱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날 대통령 여름 별장인 지중해 연안 브레강송 요새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앞서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우리는 올 여름을 저항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의견의 자유, 선거에 참여할 자유로 명명했다. 유럽 주요국들에서 그러하듯이 러시아에서도 이런 자유들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지난달 20일부터 매 주말 공정선거를 촉구하며 이어져 온 대규모 시위를 거론한 것이다.
러시아 시민들은 다음 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것에 반발해 시위를 벌여왔다.
푸틴은 마크롱의 이런 기습 발언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모스크바 시위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것을 기회로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러시아의 연속시위 관련 질문에 "나는 여기 손님으로 왔고, 그런 주제를 얘기하는 것은 거북하다"면서도 프랑스의 노란 조끼 연속집회를 거론했다.
푸틴은 "우리의 계산에 따르면 '노란 조끼' 연속 시위 와중에 프랑스에서 11명이 죽고 2천500명이 다쳤다"면서 러시아의 수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란 조끼 시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노란 조끼' 시위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늦봄까지 주말마다 프랑스 전역에서 이어진 연속집회로, 서민경제 개선과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마크롱 정부를 집권 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시위였다. 시위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경찰의 최루탄에 시위 참가 시민이 맞아 숨지는 등 사망자도 발생했다.
마크롱은 이런 푸틴의 반격에 재반박했다.
그는 러시아와 프랑스의 정치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면서 "'노란 조끼'라 불리는 사람들은 유럽의회 선거나 지방선거에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다. 그들이 선거에 출마해 자유롭게 정견을 표현할 자유가 있고 그래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시위를 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상대국의 반정부 집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긴 했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보이기도 했다.
마크롱은 우크라이나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5년간 지속돼 온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을 종식할 실질적인 기회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 러시아 반군 사이의 무력분쟁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4자 회동에 "향후 몇주일 내로" 참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강하게 피력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으로 불리는 4자 회동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독일과 프랑스가 참여해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을 논의하는 자리다.
푸틴은 이에 "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내가 논의한 내용을 마크롱 대통령과 얘기하겠다"면서 "우리는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의 G8(주요 8개국) 협의체 복귀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G8 재합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G8이란 (협의체) 형식은 없다. 내가 없는 형식으로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지금은 G7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포함해) 8개국이 모이는 (회담)형식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어떤 회담도 거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항상 G7에 참여하는 파트너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가 주최하는 G7 회원국들과의 회담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러시아는 G8 협의체의 일원이었으나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한 이후 쫓겨나 현재의 G7 체제가 굳어졌다.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다.
푸틴은 또 지난 6월 러시아가 범유럽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CoE)의 의회협의체(PACE)에 복귀할 수 있도록 프랑스가 지원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러시아와 유럽연합(EU) 간 협력 관계 구축에서도 프랑스가 비슷한 기조를 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서는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마크롱은 시리아 북서부 반군장악 지역의 주민들이 정부군 공격의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작년 11월 러시아 소치에서 체결된 휴전협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은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이 테러리스트로부터의 위협을 종식하기 위해 펼치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해 시리아 정부군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푸틴은 이밖에 최근 폐기된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과 관련, 미국이 먼저 배치하지 않는 지역에 INF 조약이 금지한 미사일을 러시아가 먼저 배치하지는 않겠다는 기존 약속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미국이 INF가 금지했던 중·단거리 미사일을 생산하면 러시아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에 따르면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먼저하고 시작된 러-프랑스 양국 정상회담은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저녁 늦은 시간에 만찬을 함께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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