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월등히 확장적'인 내년 예산, 잘 써야 성공한다

입력 2019-08-29 11:11  

[연합시론] '월등히 확장적'인 내년 예산, 잘 써야 성공한다

(서울=연합뉴스) 내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천억원으로 짜였다. 앞으로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안의 골격이 바뀌는 사례는 거의 없으므로 대략의 내년 살림살이 계획이 정해진 셈이다. 수입이 그다지 안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보다도 '월등히 확장적'인 예산이다. 내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가 3.8%인데 예산증가율은 그 2배가 훌쩍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했던 2009년의 10.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부 씀씀이를 이처럼 크게 늘리는 건 부진한 경기와 어려운 대외여건 때문으로 보인다.

예산 세부 배정도 작금의 상황을 적극 반영했다. 핵심 기술개발과 제품 상용화, 설비투자 확충에 올해보다 163% 늘어난 2조1천억원을 투입한다. 데이터와 5G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과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 3대 핵심사업에도 46.9% 늘어난 4조7천억원을 배정했다. AI·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에 6천500억원, 제2 벤처 붐 확산에 5조5천억원이 들어간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도 27.5% 늘어난 23조9천억원이 투입된다. 이 분야 증가율이 대분류 12개 분야 중 가장 높다.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환경예산도 19.3% 늘어나며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등 연구개발(R&D) 예산도 17.3% 확대된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우리의 대응 전략이 반영된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렀지만, 내년에는 12.9% 늘어난다. 경기 부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예산 역시 21.3% 늘려 사상 최대인 25조8천억원으로 편성했다. 국방예산이 7.4% 늘어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서는 등 전체 12개 분야별 예산이 모두 증가했다.

정부가 돈을 푸는 건 경기를 살리는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문제는 그 돈이 쉽게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세금을 걷어 주로 충당하고 부족한 것은 국채를 발행해서 메꿔야 하는데 이게 곧 나랏빚이고,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내년 국세 수입은 292조원으로, 올해보다 0.9% 감소할 전망이다. 10년 만의 감소세다. 주로 법인세 수입 감소에 기인하는데 경제가 어려우니 불가피해 보인다.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갑절 가까이 늘게 생겼다.

장기적인 재정 추이도 어둡다. 2023년까지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은 6.5% 늘어나지만 국세 수입은 3.4% 증가하는 데 그쳐 2023년 국가채무는 1천조원을 넘고 국가채무비율은 46.4%에 달할 전망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를 감당해야 하는 미래세대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갈 젊은 세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면 재정을 잘 활용해 경제활력을 높여야 한다. 돈을 많이 투입하는 것은 투자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경제가 성장경로로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걸 성공하지 못하면 '초슈퍼예산'은 반짝 효과만 내고 흐지부지 사라져 버릴 것이다. 효율적인 씀씀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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