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독립 산파' 손봉숙…"17년 만에 와보니 상전벽해"

입력 2019-08-29 12:00  

동티모르 '독립 산파' 손봉숙…"17년 만에 와보니 상전벽해"
독립투표 20주년 기념식 참석…"동티모르인들 눈이 살아있어"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17년 만에 동티모르 땅을 밟아보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네요. 도로도 포장돼 있고 차도 많고…"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해 새내기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나는 과정의 '산증인'이자 '산파'로 꼽히는 손봉숙(75)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이 17년 만에 동티모르를 재방문했다.



손 이사장은 29일 연합뉴스에 동티모르를 방문한 소감을 전하며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는 30일 동티모르 정부가 개최하는 '독립투표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자 28일 딜리를 방문했다.
손 이사장은 "한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내가 처음 동티모르에 왔던 1999년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게 달라졌다"며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모든 게 좋다"고 말했다.
동티모르는 452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은 후 1975년 독립했지만, 열흘 만에 인도네시아가 강제 점령했다.
이후 1999년 8월 유엔 관리하에 주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가결했고,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거쳐 2002년 5월 20일 동티모르민주공화국을 선포했다.



손 이사장은 주민투표 당시에는 유엔이 임명한 세 명의 선거 관리 위원 중 한 명이었고, 2001년에는 제헌 국회의원 선거 선관위원장을 맡았으며 이후 독립국 선포식에도 참석했다.
'빈손으로 다시 갈 수 없다'는 마음으로 미루다 보니 17년이 훌쩍 지나버렸다는 손 이사장.
그는 "동티모르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 '독립국 국민으로서 행복한가'를 묻고 싶었다"며 "어제오늘 많은 현지인을 만나보니 잘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동티모르인들의 눈이 살아 있다.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의지와 의욕이 느껴졌다"며 "한국이 한발 앞서간 독립국으로서 동티모르 발전에 좀 더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전날 타우르 마탄 루왁 동티모르 총리와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루왁 총리는 24년 동안 산속에서 게릴라로 활동한 독립 영웅이자 군 총사령관 출신으로, 2012∼2017년에는 동티모르 3대 대통령을 지내고 작년에 다시 총리가 됐다.
손 이사장은 1999년 주민투표 당시 헬기를 타고 선거 감독을 위해 동티모르 전역을 돌아다니다 독립투쟁을 하던 루왁 총리와 처음 만났고, 2001년에도 다시 만난 바 있다.
손 이사장은 "독립이 되기 전까지는 결혼도 하지 않겠다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삼남매를 두고 있다는 얘길 듣고 방탄소년단 앨범 3개를 선물로 준비해왔다"며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대로인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루왁 총리는 손 이사장에게 "한국이 동티모르인 근로자를 더 많이 받아주고, 남부해안과 가스전 개발사업에 한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손 이사장은 동티모르 방문 전 이낙연 국무총리를 면담하고 왔으며, 귀국 후 동티모르 정부의 요청을 우리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손 이사장의 동티모르 재방문 소식은 현지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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