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로 곤욕 치른 홍콩 행정장관 "할 수 있다면 그만두고 싶어"

입력 2019-09-03 10:19   수정 2019-09-04 14:31

시위로 곤욕 치른 홍콩 행정장관 "할 수 있다면 그만두고 싶어"
로이터, 케리 람 육성 담긴 녹취 입수…"위기 해결 여지 매우 제한적"
"中, 인민해방군 투입 계획 없어…경제 타격 불구 장기전 태세"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격화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홍콩 행정 수반이 기업가들과 만나 혼란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자신을 한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주 홍콩에서 사업가들과 3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했으며, 이때 이뤄진 대화 내용이 담긴 24분 분량의 녹취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만두고 싶다" 홍콩 행정장관 녹취 공개…파문 일자 진화 / 연합뉴스 (Yonhapnews)
람 장관은 당시 "홍콩 사태가 중국의 국가 안보와 주권 문제로 번진 까닭에 문제 해결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행정 수반으로서 홍콩에 이런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그만두는 것"이라고 영어로 말했다.
람 장관은 "지금은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을 시간은 아니다"라면서도 혼란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좌절감도 표현했다.
그는 "최일선의 경찰관들이 받는 압박을 줄이지 못하고, 정부에, 특히 나에게 화가 난 다수의 평화로운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했다.
람 장관은 또한 "중국 본토에 대한 홍콩인의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이 이렇게 큰지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환법을 추진한 것은 결론적으로 매우 어리석었다"며 혼란의 시발점이 된 송환법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서도 후회했다.
'홍콩판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시위대의 폭력과 위법 행위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천명해온 람 장관은 이날 대화에서 때때로 목이 메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 그동안의 대중적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나타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그는 시위가 격화하면서 쇼핑몰이나 미용실에도 가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도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요즘은 외출하기조차 극히 어렵다. 밖에 나가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소재가 바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밖에 나가면 검은 티셔츠를 입은 대규모 군중과 검은 마스크를 쓴 어린 학생들이 당신을 기다린다고 생각해보라"며 시위대에 대한 두려움도 드러냈다.
람 장관은 아울러 홍콩의 혼란이 격화하고 있으나,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정치적 선택권이 매우 제한돼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것과 맞물려 홍콩 상황은 이제 중국에 국가 안보와 주권의 문제가 돼 버렸다며 "불행히도 이런 상황에서 홍콩 행정 수반으로서 (혼란 수습을 위해)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인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당국은 오는 10월 1일 국경절에 앞서 홍콩 사태를 종결짓기 위한 어떤 기한도 설정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홍콩 거리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람 장관은 "중국은 국제적인 체면을 중시한다"며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는 점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중순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 홍콩 바로 앞인 선전(深천<土+川>)에 수천 명의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무장 경찰을 배치, 중국 본토의 홍콩 무력 개입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나은 바 있다.
람 장관은 "중국은 홍콩의 혼란 극복을 위해 기꺼이 장기전을 하려 할 것"이라며 "홍콩이 그로 인해 경제적인 고통을 겪을지라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아울러 "경찰은 폭력을 부추기는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계속 체포할 것"이라며, 홍콩의 혼란 사태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며 장밋빛 그림을 그리는 것은 순진한 일"이라면서도 "그래도 홍콩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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