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놓고 그리스-영국 갈등 재발 조짐

입력 2019-09-04 22:48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놓고 그리스-영국 갈등 재발 조짐
그리스 "대여하고 싶다"…영국 "우리 소유권 먼저 인정해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영국에 보관된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을 둘러싸고 그리스와 영국이 다시 신경전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최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박물관에 전시된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을 빌려와 2021년 아테네에 전시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2021년은 그리스가 오스만제국(현 터키) 치하에서 벗어나고자 독립전쟁을 시작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스인에게는 뜻깊은 이 해에 그리스 고대 문명의 상징인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잃어버린 유적을 잠시나마 빌려와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다는 취지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신전 대리석을 빌려오는 대신에 그리스에서 한 번도 반출된 적이 없는 중요 예술품을 영국에 빌려줄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리나 멘도니 그리스 문화부 장관도 현지 방송에 출연해 미초타키스 총리가 결단한다면 영국 정부에 신전 대리석 대여를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멘도니 장관은 이번 대여 요청이 신전 대리석의 영국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훔친 물건에는 소유권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반환이 아닌 대여를 언급했지만 기본적으로 탈취된 문화재는 반환돼야 한다는 그리스 정부의 대원칙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얘기한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은 이른바 '엘긴 마블'이라고 불리는 부조 조각으로 2천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파르테논 신전 외벽 상단에 길이 163m로 장식됐던 프리즈(띠 모양의 부조)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부조 조각은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의 점령 통치를 받던 19세기 초 당시 오스만 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이던 엘긴 경에 의해 뜯겨 영국으로 옮겨졌다.
그리스는 1832년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한 이래 이 문화재의 환수를 추진해왔으나 영국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영국은 엘긴 경이 오스만제국과 적법한 계약을 맺고 신전 대리석을 사들였다는 입장이다.
그리스의 신전 대리석 대여 요청에 대해 영국 측은 그리스가 영국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대여조차 불가능하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국 박물관 대변인은 현지 일간 텔레그래프에 "우리는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법적인 권리가 있다"며 "전 세계 어떤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자신들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 소장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긴 마블' 반환 문제는 그리스와 영국 간 오랜 갈등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앞서 파로코피스 파블로폴로스 그리스 대통령은 지난 4월 연설에서 "영국박물관은 '어두침침한 감옥'에서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을 해방해야 한다. 우리는 유일무이한 문화유산을 위해 성전을 치르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영국을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월 총선에서 패해 정권을 잃은 치프라스 전 총리는 트위터에 "미초타키스 총리는 신전 대리석 대여가 아니라 영구적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그의 순진한 접근이 영국박물관의 소유권을 강화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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