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대멸종의 날 충돌구에 쌓인 암석으로 입증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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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9-10 04:01  

공룡대멸종의 날 충돌구에 쌓인 암석으로 입증된 비극

공룡대멸종의 날 충돌구에 쌓인 암석으로 입증된 비극

숯·바닷물에 휩쓸려온 자갈·황 성분 날아간 암석 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6천6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인근에 소행성이 떨어져 공룡 대멸종이 시작된 바로 그날 충돌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초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쓰나미가 일었을 뿐 아니라 광물에 포함돼있던 황(S)이 대기 중으로 날아올라 햇볕을 차단함으로써 혹독한 겨울이 시작돼 결국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 75%가 멸종했을 것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가설로 제기돼 왔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제시됐다.

미국 텍사스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잭슨지구과학부 지구물리학연구소(UTIG)의 숀 굴릭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카탄 반도 인근에서 시추공으로 채취한 암석에 대한 분석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소행성이 떨어진 지점에서 채취한 암석에 숯과 함께 쓰나미로 역류한 암석이 뒤섞여있고, 황 성분이 현저히 낮은 점 등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지난 2016년 유카탄반도 인근에서 국제해양탐사프로그램을 이끌고 시추작업을 한 굴릭 박사는 "(이 암석들은 소행성이 떨어진) 그라운드 제로 내에서 회수할 수 있었던 그날의 기록으로, 현장 주변에서 충격 과정을 얘기해 준다"고 설명했다.

소행성이 충돌한 뒤 수 시간 만에 충돌구에 쌓인 물질들은 대부분 충돌 장소에서 생성된 것이거나 멕시코만(灣) 주변에서 바닷물에 휩쓸려 들어온 것들로, 하루 만에 130m 가까이 쌓였다. 이는 지질기록으로는 역대 최대치로 소행성 충돌 뒤 충돌구와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굴릭 교수는 소행성 충돌 뒤 주변에서 대화재가 단기간에 걸쳐 발생하고 긴 추위가 뒤따른 것으로 설명하면서 "모든 공룡이 그날 죽은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죽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소행성이 2차대전 때 사용된 원자폭탄의 100억개에 달하는 위력을 보였을 것이라면서 수천킬로미터 밖 식물과 나무까지 불에 타고 쓰나미가 일어 깊은 내륙까지 휩쓸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충돌구 안에서는 숯과 함께 모래층 안과 위에서 토양 균류와 관련된 화학적 생체지표가 발견됐는데, 이는 새까맣게 탄 육지가 쓰나미 뒤 역류하는 물에 잠겼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특히 충돌구 주변은 황이 풍부한 암석 지역이지만 시추공을 통해 채취한 암석에서는 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행성 충돌이 광물이 갖고 있던 황을 기화시켜 대기로 날려 보냄으로써 햇볕을 차단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로 약 3천250억t의 황이 대기로 방출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883년에 폭발해 5년에 걸쳐 지구기온을 평균 2.2도(화씨) 가량 낮춘 크라카토우 화산이 뿜어낸 황보다 네 자릿수 이상 많은 양이다.

연구팀은 소행성이 충돌지역을 초토화하지만 공룡을 비롯한 지구 생물의 대멸종을 가져오는 직접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강조했다.

굴릭 교수는 "진짜 주범은 대기"라면서 "지구 차원의 대멸종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기 효과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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