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 "극단적 선택도 생각…예술로 극복하려고 해"

입력 2019-09-12 06:30  

낸시랭 "극단적 선택도 생각…예술로 극복하려고 해"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제가 20대 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하나도 안 겪으면서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랬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사람 일이네요."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에 이은 이혼 소송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팝아티스트 낸시랭(본명 박혜령)을 11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났다.
낸시랭은 '제14회 이스탄불 컨템포러리 아트페어' 참석차 이스탄불을 찾았다. 그는 이번 전시에 본인의 대표작인 '터부 요기니'의 최신작 '스칼렛'(Scarlet) 시리즈를 선보인다.
'스칼렛' 시리즈는 지난해 10월 왕진진(본명 전준우)씨와의 이혼 소송을 제기한 이후 올해 초부터 작업에 들어간 작품이다.
낸시랭과 왕 씨는 2017년 12월 말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왕씨의 신상과 과거를 놓고 여러 논란이 일었으나, 두 사람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낸시랭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혼 소송 제기 사실을 알리고, 왕씨가 자신을 상습적으로 폭행·감금하고 성관계 동영상인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며 그를 검찰에 고소했다.
"당시에는 극단적인 선택도 하려고 했어요. 정말 친한 분들이 붙잡아서 겨우 피해갈 수 있었죠. 그런 힘들고 비참한 일을 겪은 여성이라면 누구든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의 신작 '스칼렛'은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홍글씨가 '낙인'을 의미하듯 '스칼렛'에는 '이혼녀'라는 낙인이 내포돼 있다고 한다.
"사기·폭행, 리벤지 포르노 협박에다 이혼녀라는 낙인도 찍혔죠. 이런 고통을 받으면서 단지 스캔들로 낸시랭이라는 아티스트를 끝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예술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싶었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아티스트 낸시랭에게는 영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불행한 경험 이후 그는 여성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신작에는 여성 문제에 관한 그의 새로운 시각이 담겼다.
"스칼렛은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올해 초부터 작업한 작품이에요. 가정 폭행에 시달리는 여성,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은 아니에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죠."
낸시랭은 귀국 후 다음 달 개인전을 개최하고 같은 달 열리는 프랑스 파리 아트페어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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