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세포벽 붕괴' 변신술로 항생제 공격 회피"

입력 2019-09-27 15:24   수정 2019-09-27 15:38

"박테리아, '세포벽 붕괴' 변신술로 항생제 공격 회피"
영국 뉴캐슬대 '에링턴 랩', 사상 처음 'L형 전환' 영상에 담아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항생제가 박테리아를 탐지해 공격하는 1차 표적은 세포벽(cell wall)이다. 그런데 인체 내의 박테리아가 세포벽을 스스로 허무는 '변신술'로 항생제 공격을 피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살아남은 박테리아는 약해진 상태로 숨어 있다가 항생제 효력이 떨어지면 세포벽을 재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생제 투여로 차도를 보이던 감염증이 종종 재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 뉴캐슬대의 제프 에링턴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26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세계적인 세포·분자 생물학자인 에링턴 교수는 이 대학 부설 '박테리아 세포 생물학 센터(CBCB)'의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따로 자신의 '랩(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링크 [https://www.eurekalert.org])에 따르면 박테리아가 보통 막대형이나 구형(球形)을 유지하는 건, 세포벽이 형체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박테리아의 세포벽은 외부 침입을 막는 보호벽 기능도 한다.
그러나 인체의 면역체계나 항생제가 관여할 때 박테리아의 세포벽은 눈에 잘 띄는(high-vis) 공격 목표가 된다.
보고서의 제1 저자인 '에링턴 랩'의 카타지나 미츠키에비치 박사는 "항생제가 투여되면 박테리아는 세포벽이 없는 L형(L-form)으로 바뀐다"라면서 "박테리아가 이런 형태로 있는 한 인체의 면역체계는 물론 항생제도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세포벽을 잃은 채 계속 증식하는 박테리아를 'L형 세균', 이렇게 변형하는 현상을 'L형 전환(L-form switching)'이라고 각각 지칭한다.
연구팀은 이번에 요로 감염증이 재발한 고령 환자들의 샘플로 실험을 진행했다.
세포벽을 표적으로 삼는 페니실린 등 항생제를 투여했더니, 변형 능력을 갖춘 박테리아는 공격 목표가 되는 세포벽을 스스로 없앴다.
연구팀은, 샘플을 채취한 요로 감염증 환자 30명 가운데 29명에서 대장균·장구균·포도상구균 등 여러 박테리아 종의 L형 전환을 관찰했다.
그러나 항생제 투여 후 5일이 지나 약효가 사라지자 L형 박테리아는 세포벽을 다시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사상 처음으로 영상에 담았다.
에링턴 교수팀은 2018년 저널 '셀(Cell)'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의 면역체계도 어느 정도 박테리아의 L형 전환을 유도할 수 있지만, 항생제 투여의 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걸 입증했다.
미츠키에비치 박사는 "건강한 사람의 몸에선, 항생제 공격을 피해 살아남은 L형 박테리아도 면역체계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노약자의 경우 L형 박테리아가 세포벽을 재건하면 다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게 요로 감염증이 자주 재발하는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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