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70년] ④한반도 '차이나 리스크'…입김 세진 중국

입력 2019-09-29 12:00  

[신중국70년] ④한반도 '차이나 리스크'…입김 세진 중국
'순망치한' 북중 관계, 전략적 혈맹 관계로 질적 변화
北, 북미협상서 중국 '뒷배' 삼아…中, 미중 패권경쟁서 '북한카드' 활용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비롯한 중국 당국자들이 한반도 문제를 논할 때 자국을 가리켜 '주요 당사국'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당국자들의 발언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것과 한반도 문제가 중국의 외교와 안보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북미 정상이 두 차례 회담을 가지며 6자회담 체제가 유명무실화하면서 한반도 문제 주요 당사국은 러시아와 일본을 뺀 남북미중 4개국으로 압축됐다.
주요 당사국을 자처한 중국은 나머지 당사국들과도 '북한의 혈맹국', '한국의 최대 무역국', '미국의 패권 경쟁자' 등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가 남북미 3자 간 문제에 그치지 않고, 중국이라는 요소를 적극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이 국력 강화를 바탕으로 국제관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역내 주요 문제인 한반도 문제에서도 입김이 세지는 정세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는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으로 불리는 북중 간 강력한 동맹관계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다.
북중은 올해 수교 70주년 맞아 정상외교를 비롯해 분야별 교류를 확대하며 혈맹 국가 간 밀월관계를 대외적으로 더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세 차례 방중에 이어 올해 초 특별열차를 타고 4차 방중을 마쳤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6월 국가주석이 된 뒤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혈맹관계로도 불리는 북중관계는 지난 70년간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기보다 갈등과 화해를 반복해 왔다.
북중관계는 6·25전쟁에서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로 혈맹관계를 형성한 뒤 중국이 전후 복구를 위해 북한에 3억2천만 달러 규모의 무상원조를 하며 돈독해졌다.
'김일성-마오쩌둥'이라는 두 건국 지도자 간에 맺어진 혈맹관계는 북중 간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다가 1992년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이 중국의 의사에 반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하며 양국 관계는 악화했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동참함으로써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당시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김정은 시대의 북중관계가 더는 선대의 순망치한 관계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2017년까지 한 차례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기도 했다.
악화일로이던 북중관계가 변화를 가져온 것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부터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을 상대해야 했던 북한은 전통 우호국이자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주요 2개국(G2)인 중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1, 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최근에도 올해 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설이 제기되고 있다.
북중관계가 더는 선대의 순망치한 관계는 아니지만, 대신 서로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는 전략적 혈맹관계로 변한 것이다.
이로써 북한은 북미협상에서 중국을 든든한 뒷배로 세우고 자국에 유리한 협상 조건을 제시할 수 있게 됐고, 중국 역시 무역전쟁 등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유화 정책을 적절히 운용하며 비핵화를 끌어내야 하는 한국과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든든한 후견인으로 나선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리스크이자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내세우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이용하기를 더 바라는 눈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북한이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로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미국이 강력한 대북제제를 요구하자 중국은 "북핵 문제는 북미 양자 간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후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제외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거론되자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을 자처하며 황급히 입장을 바꿨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역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사드 문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국의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한반도가 비핵화 프로세스에 들어선다면 현재 정세는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북미협상에 따른 자국 안보에 끼치는 영향, 한반도 지형 변화로 인한 영향력 약화 같은 변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어 "중국은 비핵화 과정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 안보와 안전 등 국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참여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현재까지는 북한이 중대한 외교 사안을 결정할 때 중국에 사전 자문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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