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주재 英대사관 "대사, 부족 지도자와 대화 중 표현"
"유감 주체는 왕실 아닌 英정부"…"'사과'에도 못 미쳐"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제임스 쿡 선장의 탐험대가 뉴질랜드에서 마오리족을 학살한 지 250년만에 영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표현은 사과에는 미치지 못했고, 부족 지도자들과의 비공개 대화 중 이뤄졌다.
뉴질랜드 주재 영국대사관은 로라 클라크 대사가 2일(현지시간) 쿡 선장의 뉴질랜드 도착 250주년을 맞아 북섬 기즈번에서 마오리족 지도부를 비공개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클라크 대사는 쿡 선장 일행에 의해 마오리족 지도자 등 원주민 9명을 살해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AP·AFP통신이 전했다.
영국대사관은 짤막한 성명을 내고 "이 역사가 언급되고 인정이 돼야 한다는 지역 이위(부족을 뜻하는 토착어)의 요청에 (클라크 대사가) 유감 표현으로 부응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영국대사는 쿡 선장 일행과 처음 접촉한 주민들의 고통과 그 고통이 시간이 지나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며, 피살자 후손에게 연민을 표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사관은 그러나 클라크 대사의 '유감' 표명이 마오리족 지도부와 개인적 대화 중에 나왔고, 유감의 주체가 영국 정부이지 영국 왕실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클라크 대사의 유감 표명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희생자 후손 등이 꾸준히 요구해온 영국 왕실의 사과에는 미치지 못했다.
현지 매체는 유감 표현이 '사과'로 규정되지 않도록 영국대사관이 성명 내용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보도했다.

쿡 선장 일행은 1768년 영국 군함 'HMS 인데버호(號)'를 타고 태평양 탐사에 나섰고 1769년 현재의 뉴질랜드 기즈번에 도착했다.
쿡 선장 일행은 뉴질랜드에서 대면한 '무장' 원주민이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판단해 그들에게 발포했다. 부족 지도자 테 마로가 숨졌고 이어 며칠 새 8명이 추가로 학살됐다.
기즈번 시장을 지낸 뉴질랜드 인권위원회 인종관계위원인 멩 푼은 클라크 대사의 유감 표명이 화해와 관계 형성 과정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푼 위원은 빅토리아 영국 여왕의 후손이 마오리족 피살자의 후손을 만나 사과하기를 기대했다.
그는 "이것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라며 "미래 세대는 사과를 요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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