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찰, 고등학생 피격에 "정당방위"…현장상황은 논란 여지

입력 2019-10-02 17:19   수정 2019-10-02 17:27

홍콩경찰, 고등학생 피격에 "정당방위"…현장상황은 논란 여지
경찰, 응급조치 안 하고 피격자 구하려는 시위대도 제압
실탄 맞은 고등학생, 탄환 적출 수술 후 안정 되찾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적법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지만, 범민주 진영은 경찰의 과잉 대응을 주장하면서 최근 시위 사태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홍콩시립대학 학생회가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4시 무렵 홍콩 췬완 지역의 타이호 거리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발생했다.
1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을 둘러싸고 공격하던 중 경찰에게 발로 걷어차인 한 명의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옆에서 쇠막대기를 휘둘렀다. 이에 이 시위자 쪽으로 몸을 돌린 경찰은 들고 있던 권총으로 실탄을 발사했다.
영상을 보면 권총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면서 총알이 발사됐고, 이에 가슴을 맞은 시위 참여자가 뒷걸음질치다가 쓰러진다.

땅바닥에 쓰러진 이 시위 참여자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나를 병원에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옆에 있던 시민이 "가슴에서 피가 나온다.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청즈젠(曾志健)"이라고 답한다.
시위대 1명이 청즈젠을 구하기 위해 다가오지만, 다른 경찰이 발로 걷어차서 넘어뜨린 뒤 제압하는 장면도 나온다.
더구나 경찰은 실탄에 맞은 청즈젠에게 응급조치를 즉시 취하지도 않았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고무탄을 쏠 수 있는 총기와 최루액 발사기도 소지하고 있어 다른 방식으로 시위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즈젠의 흉부 엑스선 사진을 보면 왼쪽 폐 부위 두 곳에 총알 파편이 박혀 있다. 총알은 심장 왼쪽 3cm 위치에 박혀 심장을 간신히 비켜 갔다.
다행히 전날 밤 탄환 적출 수술을 받은 청즈젠은 이날 안정을 되찾았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한 의료진은 "폐나 심장에 총알이 박히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다행히 수술이 잘 마무리됐고, 그의 나이나 신체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범민주 진영 의원 24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경찰이 고등학교 2학년생에게 근거리에서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공격 행위"라며 "경찰은 철저한 해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야당은 전날 고등학생 피격이야말로 범민주 진영이 주장하는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이 왜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홍콩 경찰은 전날 대응이 정당방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콩 경찰 수장인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전날 25명의 경찰이 다친 것을 강조하면서 "시위대가 쇠몽둥이와 벽돌, 화염병을 들고 매우 폭력적으로 경찰을 공격해 일선 경찰관들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시위대가 이를 무시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의 실탄 발사는 시위대의 공격에 대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었다"고 총을 쏜 경찰을 옹호했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경찰 훈련 지침에 따르면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할 권한이 주어진다"며 "팔이나 다리를 겨냥하기 힘들기 때문에 몸통을 겨냥하도록 훈련받는다"고 해명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