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후지모리즘' 완전히 저무나…부패에 등돌린 민심

입력 2019-10-05 05:29  

페루 '후지모리즘' 완전히 저무나…부패에 등돌린 민심
후지모리 계승한 다수 야당 민중권력당, 의회 해산에 위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1990년부터 10년간 페루를 이끈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페루 정치계에 큰 영향을 미친 정치인 중 하나다.
집권 시절 인권 범죄와 비리를 일삼았던 그가 결국 감옥에서 말년을 맞게 된 후에도 그의 정치이념은 다시 살아나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던 '후지모리즘'이 최근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의 의회 해산으로 또 다시 큰 위기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페루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왕조'가 암울한 최후를 맞기 시작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고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전했다.
후지모리즘은 우파 포퓰리즘과 보수주의,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정치 이념이다.
리마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친(親)기업 정책과 강력한 범죄 대책 등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5년 후 연임에도 성공했다.
집권 시절 그는 페루에 경제적·사회적 안정을 가져다주었으나 그 과정에서 인권 유린과 부패를 일삼은 탓에 탄핵 위기에 몰렸다. 그는 2000년 일본으로 달아나 팩스로 사퇴서를 제출하며 초라하게 권력을 내놓았다.
도피 끝에 붙잡힌 그는 2005년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몰락 속에서도 후지모리즘은 죽지 않았다.
그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대표는 '독재자의 딸' 꼬리표 속에서도 아버지 집권 시절 경제발전과 우파 포퓰리즘의 향수를 자극하며 급부상했다.

2011년 대선에 30대 젊은 후보로 출마해 결선에서 3%포인트 차이로 낙선한 그는 5년 후 대선에선 당선 코앞까지 갔다.
1차 투표에서 39.8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후 결선에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에 50.12% 대 49.88%,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졌다.
비록 대권은 놓쳤지만 그가 당수로 있는 민중권력당은 의회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
차기를 노려볼 만한 결과였으나 그 후엔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와 연관된 대형 부패 수사 속에 후지모리 대표도 대선자금 돈세탁 혐의로 지난해 구속됐다.
후지모리 부녀가 모두 옥살이를 하는 동안에도 민중권력당은 의회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비스카라 대통령의 반(反)부패 개혁에 발목을 잡으며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대통령은 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반부패 개혁을 번번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민중권력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한껏 높아진 상태라 이대로 내년 1월 총선을 치르면 참패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1990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뽑았다는 리마 시민 마리아 키스페는 AP통신에 "그들은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했다"며 "그들이 저지른 일들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는 "후지모리즘은 다음 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다. 꽤 극적인 몰락"이라며 "민중권력당은 정당이라기보다는 마피아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레비츠키는 다만 현재 후지모리즘을 향한 지지율이 10∼15%가량 된다며 세력이 약해지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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