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약품·열확산 차단재가 특정 셀 초기 발화 끄고 확산 제어
최대 2천억 들여 전면 도입…"배터리 문제는 아니지만 생태계 위해"
(울산=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삼성SDI 울산공장의 한 실험실.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가는 배터리 2종을 못으로 찔러 강제로 화재를 유발했다. 한 제품은 화염과 불길을 보이며 큰 화재로 번진 반면 다른 제품은 불꽃과 연기만 나고 실제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
삼성SDI[006400]는 23일 울산사업장에서 언론을 상대로 최근 발표한 ESS 안전성 대책인 '특수 소화시스템' 시연회를 열고 이같은 결과를 직접 입증했다.
특수 소화시스템은 회사 핵심 기술을 적용한 첨단 특수 약품과 신개념 열확산 차단재로 구성됐다. 특정 셀에서 발화해도 바로 소화해서 인근 셀로 확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이다.
ESS 배터리 모듈에는 여러 배터리 셀이 병렬돼 있다. 삼성SDI는 소화용 특수 약품 처리를 한 주황색 벨트를 모듈 상부에 부착했다. 소화용 첨단 약품이 배터리 셀들을 위에서 감싸고 있는 셈이다.

배터리 셀들 사이 사이에는 열확산 차단재를 삽입했다. 섭씨 800도의 단열 성능을 가진 운모(MICA)를 포함한 복합 재질로 만든 이 차단재는 한 셀에서 발화해도 다른 셀로 번지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특정한 셀에서 초기 발화시 상단 소화용 첨단 약품은 화염으로 커지는 것을 막고, 열확산 차단재는 발화로 인한 고열이 인접 다른 셀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다.
이날 시연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극단적인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서 진행됐다. 먼저 소화용 첨단 약품을 라이터, 휴대용 가스레인지 불에 올렸더니 '타닥타닥' 하는 불꽃 튀기는 소리와 연기가 잠시 나고 불은 나지 않은 채로 사그라들었다.
배터리 2종을 못으로 찔러 강제로 발화하는 시연은 실험실 내부에서 기계를 통해 이뤄졌다. 취재진과 회사 관계자들은 밖에서 화면으로 지켜봤다.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한 모듈과 적용하지 모듈의 특정 셀에 똑같이 강철 못을 찔렀다.
소화 시스템을 적용한 모듈(A)에서는 발화시킨 특정 셀의 온도가 3분 안에 300도까지 급 상승했고 연기가 났다. 그러나 실제 불길은 없었고, 인접 셀 온도는 3분 동안 50도 내외로 서서히 올라갔다.
소화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은 모듈(B)에서는 특정 셀의 온도가 급속히 상승했고 화염이 훨씬 심했다. 똑같은 3분 사이에 큰 불로 번졌다. 온도는 특정 셀은 500도, 인접 셀 열도 100도를 넘어섰다.
3분 이후에도 A 모듈은 불은 나지 않은 채로 발화 셀과 인접 셀 온도가 서서히 식었다. B 모듈은 완전히 불에 타다 강제 진화됐다.
삼성SDI는 ESS 화재의 원인은 자사 배터리 결함이 아니라고 전제한다. 천재지변, PCS(전력변환장치) 고장 등으로 인한 고전압, 설치·운영·관리 부주의 등 외부 요인 인한 발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영현 대표이사(사장)는 "화재 원인이 배터리 문제는 아니지만, 외부 요인으로 불이 날 경우에 대비해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했다"며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국내 ESS 생태계를 복원하고 ESS 화재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이달 초부터 신규 ESS 배터리에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해서 출시하고 있다. 이미 설치·운영 중인 국내 1천여개 ESS 배터리는 회사가 비용을 부담해 적용하고 있다. 최대 인원을 투입해 기존 제품 적용 작업을 끝낸다는 계획으로, 6~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기존 제품에 대해 삼성SDI가 부담하는 금액은 1천500억∼2천억원으로, 이는 분기 영업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특수 시스템을 적용한 신규 ESS의 단가는 기존보다 3∼4% 인상된다.
특수 소화시스템은 애초 미국의 강화된 소방안전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최근 개발을 완료한 기술이다. 국내에서 화재가 잇따르자 소화 시스템을 해외는 물론 국내 전 제품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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