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상회의마저 멈춰세운 반정부 시위…세계 곳곳서 '폭발'

입력 2019-10-31 10:26  

국제정상회의마저 멈춰세운 반정부 시위…세계 곳곳서 '폭발'
칠레, 계속된 시위에 사상 초유의 'APEC 취소' 선언
칠레·레바논 등 민생고에 봉기…홍콩·카탈루냐는 정치 시위
외신 "불공정과 불평등이 공통점…소수계급이 富독차지해 청년층 고단"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칠레가 치안 문제 등을 이유로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격 취소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반정부 시위가 더욱 주목된다.
이미 일정이 잡힌 국제 정상회의마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 각국 시위가 향후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된 시위로 급기야 정상회의를 취소한 칠레는 정부가 지난 6일 유가 상승과 페소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출퇴근 피크 타임 기준 800페소(약 1천280원)에서 830페소(약 1330원)로 올린 것이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잦은 공공요금 인상과 높은 생활 물가로 누적된 불만이 폭발, 극심한 사회 양극화에 대한 분노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것이다.
칠레 근로자의 절반이 월 40만 페소(66만원) 이하로 생활하고 있지만,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 부자가 부의 26.5%를 소유하고 있을 만큼 칠레의 소득 불균형은 심각하다.
처음에는 학생을 중심으로 한 지하철 요금 인상 반대 수준의 시위였으나, 점차 격화되며 지금까지 2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연행됐다.
최근까지도 칠레 당국은 시위가 국제회의 개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결국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APEC 정상회의 개최 취소를 발표해야 했다.
30페소, 우리 돈으로 50원 수준의 소액 인상이 국제적인 행사 취소라는 파장을 일으킨 셈이다.



멀리 떨어진 중동의 레바논에서도 소액의 세금 부과가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며 총리까지 옷을 벗게 했다.
정부가 지난 17일 레바논에서 많이 쓰는 왓츠앱 등 스마트폰 메신저에 하루 20센트(약 23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선 것이 그 발단이었다.
칠레와 마찬가지로 그 밑바탕에는 만성적인 민생고와 실업난이 깔려있었다.
왓츠앱 세금이 민심의 누적된 분노에 불을 붙이며 시위는 격화됐고, 정부가 공무원 봉급 삭감,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 등 수습책을 내놨지만 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12일만인 지난 29일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퇴를 발표했다.



남미 에콰도르에선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기름값이 오르자 빈곤층을 중심으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에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를 발령했으나 시위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유류 보조금 폐지 계획을 철회하고서야 겨우 시위가 잦아들었다.
정부가 두손을 든 셈이다.
또 다른 남미 국가인 볼리비아에서는 경제난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큰 가운데 대선 개표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며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났다.
볼리비아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거나 득표율 40% 이상인 1위 후보가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있으면 당선자를 확정하는 구조인데, 선거 관리기관이 개표 당일 돌연 집계를 중단했다가 24시간 만에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앞선 결과를 공개해서다.
모랄레스 대통령과 선거 관리 당국이 부정 의혹을 부인한 가운데 야권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 결과 무효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모랄레스 지지자들이 맞불 집회를 하면서 시위는 세 대결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홍콩과 카탈루냐에서는 민생고보다는 정치·역사적 배경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한 홍콩의 반중국 민주화 요구 시위는 벌써 21주째를 맞았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해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지만 시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사상자가 속출하고 내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제2의 홍콩'으로 불리는 카탈루냐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진한 자치정부 전 지도부에 대해 스페인 대법원이 중형을 선고하자 주민들이 이에 반발, 거리로 나와 지도부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며 경제를 선도하는 카탈루냐의 시위에 스페인 경제도 타격이 우려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대해 발생국 모두 특정한 패턴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소수 정치 계급이 부를 독차지하며 젊은 세대는 살아가기조차 벅찬 나라라고 평했다.
호주 ABC방송도 이들 시위의 공통된 맥락은 불공정과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주제이며 바로 이것이 세계적인 행동 촉구를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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