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화유산 살리자'…최악 수해 伊베네치아 시민들 사투

입력 2019-11-18 20:18   수정 2019-11-18 20:25

'인류문화유산 살리자'…최악 수해 伊베네치아 시민들 사투
수많은 문화재 소실·훼손 위기…伊정부, 국제모금운동 개시
시민들도 자원봉사 네트워크 조직해 문화재 보호 활동 나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6세기경 갯벌에 말뚝을 박아 만든 118개 섬으로 이뤄진 이탈리아 명소 베네치아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다.
프랑스 나폴레옹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 '유럽의 응접실'이라고 극찬한 산마르코 광장, 9세기 지어진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 산마르코대성당 등 도시 전역에 귀중한 인류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유네스코도 베네치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1987년 도시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53년 만에 닥친 최악의 수해로 베네치아의 수많은 문화유산이 소실되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하면서 이를 보존하고 되살리는 일이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의 당면 과제가 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손상된 유산을 복구하려면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기부를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이 특정 번호로 전화를 하면 한 통화에 2유로(약 2천600원)씩 자동 기부되는 시스템도 최근 도입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모든 세계인이 이 훌륭한 도시를 사랑한다. 지금은 그 사랑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베네치아의 항만당국은 매일 수천·수만 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베네치아를 드나드는 대형 크루즈선사에 기부금 모금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문화재 살리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장화를 신고 무릎까지 차오른 물살을 헤치며 도서관 등을 찾아 저층에 있는 귀중 원고·문서들을 더 높은 곳으로 옮기는 데 힘을 보탰다.

수백 년 역사의 베네치아 음악학원도 이러한 시민·학생들의 노력으로 직선거리 50m 분량의 1500년대 르네상스 시대 악보들을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베네치아에선 2천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문화유산 보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 르네상스 태생지인 피렌체에 대홍수가 났을 때 문화유산을 구하고자 전 세계에서 밀려든 자원봉사자들에게 '진흙 천사'라는 별칭이 붙은 것처럼 이들 역시 스스로를 '소금 천사'라고 명명했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이번 수해로 피해를 본 문화재급 성당만 산마르코대성당을 비롯해 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당국은 이탈리아 내 최고의 문화재 전문가들을 투입해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고 있으나 시내에 아직 물이 다 빠지지 않은 상태라 작업이 쉽지 않다고 한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이번 수해에 따른 전체 손해액을 10억유로(약 1조2천892억원)로 추산했으나 이는 잠정적인 추정액일 뿐 이를 훨씬 초과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18일(현지시간) ANSA 통신에 따르면 베네치아는 주말을 거치며 악천후가 잦아들면서 조수 수위가 많이 내려가 시민들도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날 시내 모든 학교가 다시 수업을 재개했고 한동안 폐쇄된 박물관도 다시 문을 열었다. 해상의 대중교통 수단인 바포레티(수상버스) 역시 운영을 재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기상 당국은 향후 수일 간 조수 수위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보하면서도 갑작스럽게 악천후가 돌아올 가능성에 대비해 조수 경보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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