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日피폭지서 "핵무기 없는 세상 가능…폐기 참여해야"(종합)

입력 2019-11-24 15:03   수정 2019-11-25 15:03

교황 日피폭지서 "핵무기 없는 세상 가능…폐기 참여해야"(종합)
핵무기금지조약 日불참에 '쓴소리' 해석도…평화의 기도 올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長崎)의 피폭지를 찾아 "핵무기 폐기에 모든 사람과 국가가 참여해야 한다"며 반핵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나가사키의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지점(폭심지)에 세워진 공원에서 "핵무기 폐기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보유, 비보유 상관없이 모든 사람과 국가, 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무기에서 해방된 평화로운 세계를 수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열망하고 있다"며 "핵무기가 없는 세상은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는 핵무기 사용이 초래할 파멸적인 파괴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핵무기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평화와 안정을 향한 희망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기 제조와 개량은 터무니없는 테러 행위"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핵무기의 개발·실험·생산·제조·비축·위협 등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유엔(UN) 핵무기금지조약(TPNW)의 비준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핵무기금지조약과 관련해 "(체결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신속하게 행동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천주교가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 추진)을 포함해 핵무기와 군비의 감축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며 "서로 합의를 추구하고 끈기 있게 대화를 요청해 가는 것이 우리들의 무기가 될 수 있도록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핵무기금지조약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 참가를 촉구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이라며 국제 사회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고 있다.


교황은 또 내년 봄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앞두고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사이에 갈등이 부각되는 것과 관련해 "상호불신으로 무기사용을 제한하는 국제적인 틀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들은 지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된 세계에서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며 "공포와 상호 불신이 만연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해치고 서로 대화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날 폭심지 공원에 도착해 잠시 기도를 한 뒤 메시지를 발표했으며 비옷 차림의 천주교 신자와 시민들이 모여 교황의 발언을 들었다.
교황은 "이 장소는 우리들 인간이 얼마만큼 심한 고통과 슬픔을 초래하는지를 깊이 인식시키지만, 군비확장 경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조금에 불과하다"며 "핵무기가 인도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성(聖) 프란시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평화의 기도'는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이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어 그는 "이 기도가 우리들 모두의 기도가 될 것을 확신한다. 무관심에 쓸려나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이 장소를 기억에 남기자"고 말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전날 일본을 방문한 교황은 이날 나가사키에서 선교사와 성인 등 26명 순교자의 위령비가 있는 니시자카(西板) 공원도 방문했으며 나가사키현이 운영하는 야구장에서 방일 후 첫 미사도 집전했다.
이어 저녁에는 다른 피폭지인 히로시마로 이동해 원폭 피해자들을 기리는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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