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법원이 '테러조직 조직원'을 난민으로 인정?

입력 2019-11-25 19:21  

[팩트체크] 법원이 '테러조직 조직원'을 난민으로 인정?
무슬림형제단 간부 손 들어준 서울행정법원 판결 놓고 논란
형제단, 이슬람원리주의 추구하나 제도권정치 참여…IS·알카에다완 달라
이집트·러·사우디 등이 테러조직 지정했으나 유엔은 지정 안 해
난민신청 당사자, 테러활동과는 거리…당초 정부의 난민불인정도 테러위험과 무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집트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무슬림형제단'의 중간간부급 남성에 대해 우리 법원이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남기용 판사는 지난달 29일 이집트 국적의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결정 취소소송에서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3년 제정된 난민법에 따르면 신청자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정치적 이유 등으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 난민으로 인정하도록 한다. 국제조약인 난민협약에 따른 규정으로 조약에 가입한 모든 국가는 위 기준으로 난민 자격 부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판결 후 한 달 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속속 제기되면서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비판은 주로 난민법상 '난민 인정 예외사유'에 초점이 맞춰진다.
난민법은 테러 등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난민 인정 요건을 갖췄더라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 신청자가 직접 테러범죄를 저지른 경우만을 의미하는지, 소속된 단체가 테러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포함하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지만 후자가 통상적인 견해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보는 이들을 중심으로 "테러리스트 집단을 난민으로 받는 나라가 어디 있냐. 법원이 제정신이 아니다"라거나 "국민 안전은 생각도 안 하고 무분별하게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식의 격앙된 반응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이들의 우려처럼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볼 수 있을까?
무슬림형제단(이하 형제단)은 이슬람 학자인 하산 알 반나가 1928년 이집트에서 창설했다. 이슬람 세계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일종의 이슬람 부흥운동 조직으로 출발한 형제단은 이집트뿐 아니라 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수단 등지로 세력을 확장해 현대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지배하는 국가 설립을 목표로 하는 이 단체는 1954년 이집트의 최고 실권자이던 가말 압둘 나세르의 암살을 기도한 사건 이후 불법단체로 규정됐으나 폭력투쟁 노선을 포기하면서 1980년대 당시 무바라크 정권에 의해 일정 수준의 정치 활동을 보장받았다.
이후 형제단은 학교와 병원, 공장 등 서민들을 위한 복지, 생계지원 시설을 운영해 주로 노동자, 농민과 도시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으며 세를 확산했다.
형제단은 2011년 아랍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 당시 군부 출신 독재자 무바라크가 실각하자 자유정의당을 창당, 제도권 정치에 본격 참여했고, 그해 6월 자유정의당 소속 무르시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정권을 창출했다.
여성에게 전신 가리개인 니캅을 강요할 의도가 없다고 밝히거나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내비치는 등 이슬람 원리주의적 색깔을 희석시키는 행보도 보였다.
하지만 2013년 7월 이집트 군부 쿠데타로 무르시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정권을 잡은 군부는 같은 해 12월 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고, 이듬해 8월 이집트 법원이 자유정의당을 해산시키면서 형제단의 세력은 급속도로 와해됐다. 이후 군부 정권의 탄압 속에 반체제 인사로 찍힌 형제단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해외로 망명했다.
형제단이 테러 사건들의 '배후' 혐의를 받은 적이 있고, 형제단의 사상을 이어받은 개인 또는 계파가 무장 투쟁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나 이 같은 이력으로 비춰볼 때, 형제단을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과 동류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많다.
2015년 이집트 정부를 상대로 한 테러의 배후로 지목받으면서 이집트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바레인,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등이 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하거나 간주하지만 유엔이나 미국은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또 형제단을 지지하는 나라로는 카타르와 터키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난민 인정 논란의 당사자인 A씨의 이집트 내 경력과 활동 내역은 테러와는 거리가 멀다.
판결문에 따르면 1995년 무슬림형제단에 가입한 A씨는 인터넷 방송제작 등의 활동을 주업무로 했다. 2011년 자유정의당에 가입해 무르시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도 참여했다.
범죄전력도 2010년 이집트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자유정의당 여성 운동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체포돼 60일가량 구금됐던 것이 전부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2015년 12월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도 일각의 주장과 달리 무슬림형제단 활동과 무관했다. "정부가 테러위험을 고려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법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난민으로 인정했다"는 일각의 지적이 제기되지만, 테러 위험 여부는 애초에 난민 불인정의 근거가 아니었던 것이다.
정부는 2014년 1월 A씨가 이집트에서 출국할 때 정상적인 출국심사를 거쳤고, 2016년 12월 주한 이집트 대사관을 통해 여권을 합법적으로 갱신한 것을 근거로 이집트에 돌아가도 박해받을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애초 A씨의 난민자격을 불인정하면서 테러 위험을 근거로 든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테러위험이 있는지 여부는 재판의 쟁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hyun@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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