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 대중화 이끈 '전설의 독서가' 피보 은퇴 선언

입력 2019-12-15 08:00  

프랑스 문학 대중화 이끈 '전설의 독서가' 피보 은퇴 선언
"곧 85세…남은 시간 가족·친구들과 보내고 싶어"
15년간 TV 독서 프로그램 '아포스트로프' 진행해 선풍적 인기
보수적 공쿠르委에 비창작자로는 처음 입성…공쿠르상 개혁 주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Prix Goncourt)의 심사위원으로 프랑스 최고의 독서가로 꼽히는 베르나르 피보(84)가 은퇴를 선언했다.
피보는 프랑스의 과거 전설적인 독서 토론 프로그램 '아포스트로프'의 진행자에 이어 공쿠르상 심사위원과 위원장을 거치면서 프랑스 문학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다.
피보는 최근 공쿠르상 심사위원회인 '아카데미 공쿠르'의 위원장직을 올해 말까지만 수행하고 은퇴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카데미 공쿠르는 지난 3일(현지시간) 간략한 보도 자료를 내고 피보가 자유시간을 갖기 위해 위원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피보는 내년부터는 명예 위원으로만 남을 예정이다.
2004년 비창작자로서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공쿠르(공쿠르 위원회)의 정회원이 된 피보는 2014년 1월부터 공쿠르의 위원장을 맡아왔다.
피보는 공쿠르 위원회에 합류한 뒤 공쿠르상 선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는 몇 가지 개혁을 단행하고, 아카데미 공쿠르의 활동 가운데 문학상 선정뿐 아니라 점차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프랑스어의 보호·진흥 노력을 한층 강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문학적으로는 그의 노력으로 공쿠르상 수상작의 소재와 주제 의식, 수상작가의 세대와 문화적 배경 등의 지평이 넓어져 공쿠르상이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공쿠르상이 피에르 르메트르가 1차대전 당시 참전용사들이 종전 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오르부아르'(원제 Au revoir la-haut)에게 돌아간 것이 그 대표 사례다.
문학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을 선호하는 공쿠르상이 추리 소설의 장인이라 불리는 대중작가에게 상을 수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피보는 보수적이고, 작가들의 성역과도 같았던 근엄한 아카데미 공쿠르에 합류한 첫 비(非) 창작자였다.
그는 비록 소설가나 시인, 극작가 등 창작자는 아니지만 일간지 르 피가로의 문학면인 '르 피가로 리테레르'의 편집장을 지내는 등 문학 기자로 필명을 날렸다.
프랑스의 장·노년 세대에게는 무엇보다 전설의 독서프로그램 '아포스트로프'(Apostrophes)의 기획과 진행을 맡아 프랑스 문학의 대중화를 주도한 열정적인 독서가로 기억된다.
1975년 1월부터 1990년 6월까지 매주 금요일 밤 그가 공영채널 '앙텐 2'에서 진행한 '아포스트로프'는 매번 600만명 이상이 시청하면서 프랑스의 문학·출판계를 비롯해 국민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평생을 매일 엄청난 양을 읽어온 피보는 은퇴 후에는 가족과 친구와 함께 자유시간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일간지 르 몽드에 보낸 서한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항상 떠날 때가 오면 떠나왔어요. 후회는 없어요. 곧 여든다섯이 되는데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뒤늦은 개인주의라고 할까요."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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