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그림이 인종차별근절 캠페인이라니…伊 프로축구 '뭇매'

입력 2019-12-17 10:34  

원숭이그림이 인종차별근절 캠페인이라니…伊 프로축구 '뭇매'
인종차별 반대단체 "역겨운 농담 같다"…세리에A 회장, 비판에도 "그대로 둘 것"
외신 "이탈리아 축구계, 인종차별 방조" 지적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아 리그가 인종차별 근절 캠페인을 펼친다며 본부에 원숭이 그림을 걸어 '부적절하다'는 외부 비난이 쏟아졌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세리에아는 밀라노에 있는 본부 건물에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 공간을 마련하고, 원숭이를 묘사한 그림 3점을 걸었다.
세리에아는 "통합, 다문화주의, 형제애를 확산하고자" 원숭이 그림을 선택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축구경기장에서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인 '원숭이 묘사'를 인종차별 반대 이미지로 채택했다는 사실에 차별 반대단체와 축구선수들은 경악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럽과 러시아 프로축구리그에서 흑인과 동양인 선수들은 수시로 원숭이로 비하를 당하는 인종차별을 겪는다.
이러한 원숭이 흉내는 때로 소수 관중의 행태에 그치지 않고 경기장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비하의 목표물이 된 선수와 이를 목격하는 팬은 큰 충격에 빠지기 일쑤다.


축구경기 인종차별 철폐운동 단체인 '유럽 축구 인종차별 반대'(FARE)는 소셜미디어에 "세계가 이탈리아 축구에 다시 한번 할 말을 잃었다. 당국이 매주 벌어지는 인종차별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나라에서 세리에A는 역겨운 농담 같은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성토했다.
영국 여자프로축구클럽 첼시의 수비수 아니타 아산테는 "세리에A, 당신들은 스스로를 잘 살펴야 한다. 무슨 문제가 있나? 의뢰한 작품을 보고 결재를 한 사람이 몇명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세리에A의 의뢰로 '인종차별 반대' 그림을 그린 이탈리아 예술가 시모네 푸가초토는 "인간을 원숭이에 비유했을 뿐"이라며, 외부의 비판을 '검열'이라고 주장했다.
푸가초토는 "원래 우리는 모두 원숭이"라며 "그래서 서양 원숭이, 아시아 원숭이, 검은 원숭이를 그렸다"고 항변했다.
그는 인터밀란과 나폴리의 축구경기에서 관중이 원숭이를 연호하며 나폴리의 세네갈 출신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에게 인종차별 '공격'을 가하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났고 그로부터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명했다.
푸가초토는 "축구경기에서 원숭이 표현에 대한 검열을 중단하고 발상을 전환해 결국엔 우리 모두가 유인원이라고 말하는 게 어떠냐?"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놨다.
NYT는 푸가초토의 해명이 진실이라고 해도 '경악할 만한 판단 착오'라고 질타했다.
루이지 데 시에르보 세리아A 회장은 "시모네의 그림에는 페어플레이와 관용 정신이 온전하게 반영됐으므로 우리는 본부에 그 그림을 계속 걸어둘 것"이라며 외부 비판을 일축했다.


외신은 이탈리아 축구계가 인종차별 근절 요구에 둔감하거나 무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9월 이탈리아 TV의 축구 해설가 루치아노 파시라니는 인터밀란의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에 대해 "그를 멈추는 방법은 바나나 10개를 주는 것"뿐이라는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달 초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는 루카쿠, AC밀란의 크리스 스몰링의 사진 위에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라는 제목을 뽑는가 하면, 브레시아의 단장 마시모 첼리노는 팀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에 대해 "흑인이지만 스스로 백인처럼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인종차별 논란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악습 철폐 노력에 앞장서야 할 세리에A도 축구경기의 인종차별 행위를 방조·묵인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최근에는 세리에A가 관중석을 향해 설치된 마이크가 잡은 음향을 무음 처리하도록 방송사에 지시한 사실을 드러내는 데 시에르보 회장의 음성 녹음도 유출됐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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