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아니라 장례식같은 엄숙함…펠로시 '상복' 탄핵패션도 눈길

입력 2019-12-19 17:20  

축제 아니라 장례식같은 엄숙함…펠로시 '상복' 탄핵패션도 눈길
펠로시 외에 민주 여성의원 다수 '올 블랙' 의상으로 정치적 메시지
펠로시의 하원 상징 브로치도 눈길…표결 전엔 10시간 넘게 난상토론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이뤄진 대통령 탄핵소추안 하원 표결 과정은 승리한 민주당의 잔치라기보다는 언뜻 장례식마저 연상시킬 정도의 엄숙한 정치의례에 가까워 보였다.
마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직 사망선고'를 내리는 듯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옷차림이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탄핵 표결을 앞두고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금색 브로치를 달고 등장한 펠로시 의장의 패션에 더힐 등 미 언론매체들은 "장례식을 위한 옷"이라며 집중 조명했다.
펠로시 의장뿐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로빈 켈리(일리노이) 등 다수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미리 짠 것처럼 검은색 옷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펠로시 의장의 한 측근은 CNN 방송에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탄핵 표결을 하는 날은 우울한 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의로 '올 블랙' 패션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과거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브로치를 통해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처럼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복장도 일종의 정치적 '성명'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펠로시의 정장이 마치 군복 같았다며, 특히 멀리서 보면 단검처럼 보이는 브로치는 단순한 장식용이 아닌 '힘의 핀'(power pin)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선 의술의 상징인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아니냐, 또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상징이 아니냐 등의 해석이 분분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의 브로치 디자인은 미 하원을 상징하는 '하원의 지팡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하원의 지팡이'는 미 건국 당시 13개 주를 상징하는 13개의 막대 묶음 위에 미국의 국가 상징인 대머리독수리가 앉아있는 지구본이 얹힌 형태다.
펠로시 의장은 중요한 순간마다 이 브로치를 착용했다.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 펠로시 의장은 다른 여성 의원들과 함께 흰옷을 입으며 이 브로치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을 가리켜 "앙심을 품은 끔찍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직후에도 푸른색 재킷 위에 이 브로치를 달고 나타났다.

NYT는 "상징들로 만들어진 상징이 상징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만 장례식 복장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마크 워커(공화·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도 검은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매우 슬픈 날"이라며 "장례식용 의복을 입고 왔다"고 말했다.
다만 양당 의원들이 서로 애도하는 대상은 다르다고 더힐은 꼬집었다.
복장만이 아니라 표결이 진행된 본회의장 분위기도 장례식장과 다를 바 없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소속당 의원들에게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환호하지 말라며 내부 단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표결을 앞두고 "환호하지 말라, 엄숙함을 유지하라"는 엄격한 지시를 하달했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인 내내 대통령을 자리에서 축출하기 위해 민주당 하원의원을 이끄는 일이 전혀 즐겁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탄핵 표결로 가는 현 상황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침울하다"고 표현했다.


탄핵안 표결을 직전에는 양당 의원들이 예정된 시간을 넘겨 난상토론을 벌이며 팽팽한 찬반 힘겨루기를 했다.
당초 하원은 토론 시간을 총 6시간으로 정했으나, 실제 토론에는 12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AFP 통신은 토론에 10시간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치열한 '말의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화제가 되는 발언도 많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마이크 켈리(공화·펜실베이니아) 의원은 탄핵 표결을 진주만 공습에 비유하며 이날이 역사의 "오명"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켈리 의원은 "12월은 훌륭한 달이다. 우리가 기념하는 성탄절에 더해 보스턴 차 사건도 12월에 일어났다. 하지만 12월 7일에 미국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말한 '악명으로 남을 그날'이다"라며 "이제 2019년 12월 18일은 '악명으로 남을 또 다른 날'이 됐다"고 주장했다.
켈리 의원이 언급한 12월 7일은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진주만 공습'이 일어난 날이다.
빌 존슨(공화·오하이오)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행사한 6천300만 유권자들의 "권리를 박탈했다"고 주장하며 의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묵도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에서는 히스패닉 의원모임 소속인 루 코레아(캘리포니아) 의원이 스페인어 사용 비율이 높은 자신의 지역구를 의식해 영어와 스페인어를 순차로 사용해 시선을 모았다.
또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기겠다고 밝힌 제프 밴 드루(민주·뉴저지) 의원은 이날까지는 민주당 소속으로 당론에 반하는 투표를 했다.
그는 "그동안 말한 것처럼 '반대'에 투표하겠다. 그들(공화당원)은 모두 반대투표를 할 것이며 따라서 이 경우에는 그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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