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재무악화 속 신임 임원 대폭 축소…성과주의로 난관 돌파

입력 2019-12-30 10:13  

CJ, 재무악화 속 신임 임원 대폭 축소…성과주의로 난관 돌파
공격적 M&A 뒤 자산 잇따른 매각…지주사 몸집 줄이고 계열사로 전진 배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CJ그룹이 30일 단행한 임원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재무 악화로 인해 뒤숭숭한 사내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고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간판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강신호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의 확산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이를 통해 'K-푸드' 확산을 가속화하고, 가정간편식(HMR) 등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한 성과를 냈다는 것이 CJ그룹의 설명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내년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 및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이번 임원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이 이처럼 '성과주의'를 내세운 것은 최근 채무 급증에 따른 재무 악화로 '알짜배기' 자산을 잇따라 매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CJ그룹은 최근 2년간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채무가 급증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7년 브라질 사료업체 셀렉타를 3천600억원에, 지난해 미국의 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2조원에 잇따라 인수했다.
이 때문에 2015년 5조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지난해 7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3분기에는 9조5천억원에 육박했다. 불과 4년 만에 차입금이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6년 7.6%에서 올해는 5%를 밑도는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슈완스컴퍼니의 미국 내 생산·유통 거점을 활용해 CJ제일제당과 시너지를 꾀하는 청사진이 있지만, 실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CJ대한통운도 최근 2년간 베트남과 미국에서 3천300억원대 M&A를 단행하면서 그룹 전체 채무가 13조원에 달하고 있다.

CJ그룹이 올해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를 잇따라 매각해 1조1천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지만, 전체 재무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이달 들어서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부지와 구로공장 부지, CJ인재원까지 매각하며 추가로 1조1천300억원을 마련했지만,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 등 추가 매각 대상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이 19명으로 지난해 35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신규 임원 중에는 4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새 여성 임원에는 영양사 출신으로 뛰어난 영업실적을 낸 배수영 CJ프레시웨이 FS본부장, 영화상영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 박정신 CJ CGV 신성장담당 등이 포함돼 역시 성과주의 기조를 따랐다.
CJ그룹은 이와 함께 지주사의 기존 실을 없애고 팀제로 전환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CJ그룹은 이미 CJ인재원을 포함한 지주사 인력의 절반가량을 계열사로 보내기로 하고 재배치 작업을 대부분 마친 상태다.
이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그룹 차원의 대규모 채용 대신 계열사별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전환하기로 했다.
CJ그룹은 앞으로 조직을 추스르고 새해를 맞아 경영 안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지주사 임원을 계열사로 전진 배치해 계열사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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