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스포츠 빅이벤트 유치로 인권탄압국 이미지 세탁 시도

입력 2020-01-02 16:08   수정 2020-01-02 16:46

사우디, 스포츠 빅이벤트 유치로 인권탄압국 이미지 세탁 시도
'다카르랠리' 등 세계적 경기 잇달아 유치…인권단체 "스포츠워싱 의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통신은 인권탄압 비판을 받는 이 '초보수주의 왕국'이 최근 몇 달 간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며 이달 열리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 '다카르 랠리'를 예시로 제시했다.
사우디가 유치한 행사는 다카르 랠리만이 아니다.
지난해 친환경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E'와 테니스 경기는 물론 과거 사우디에서 개최하리라고 상상할 수 없던 여성 레슬링 경기도 열렸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선수들의 경기도 줄지어 주최해 지난해는 현존하는 헤비급 최고 선수로 손꼽히는 앤서니 조슈아(영국)와 앤디 루이즈 주니어(멕시코) 권투 경기를 열어 전 세계인의 관심이 사우디에 집중됐다.

또 지난달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유벤투스가 사우디 제다에서 AC밀란과 이탈리아 프로축구 슈퍼컵을 놓고 경기를 펼쳤으며 1월에는 리오넬 메시가 스페인 슈퍼컵 경기를 위해 사우디를 찾는다.
이처럼 사우디가 각종 스포츠 이벤트를 잇달아 유치하는 데는 '소프트파워'를 영향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사우디의 실질적 지배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스포츠를 이용해 해외 관광객을 유인하고 국내 소비를 진작 시켜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다양화하려는 의도도 일부 있지만 이런 화려한 스포츠 행사를 내세워 경기 침체나 청년 실업률 급증 등으로 국민이 동요하는 일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는 것이다.
사회운동가들은 사우디 지배층이 스포츠 행사를 주최해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완화하는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우디 정부는 왕실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최근 여성 운전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여성 운전을 허용해달라는 운동에 앞장섰던 인권운동가들 다수가 여전히 구금 상태로 성추행과 고문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우디가 인권 남용에 대한 악평을 대규모 이벤트와 고도로 통제된 환경을 이용해 가리려 한다면서 "팬들과 시청자들이 이런 행사의 화려함 이면을 볼 필요가 있다"고 규탄했다.
사우디의 이런 행보는 같은 방법으로 국가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를 떠올리게 한다고 통신은 밝혔다.
한편 일부 유명 선수들은 사우디의 '스포츠워싱'에 반대해 사우디에서 열리는 경기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최고 스타선수인 로리 매킬로이(캐나다)는 사우디에서 주최하는 경기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참가비로 250만 달러(한화 약 29억원)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진 매킬로이는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도덕성"이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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