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항서 솔레이마니 기다렸다 드론공습…임기표적 방식작전"(종합)

입력 2020-01-04 09:29   수정 2020-01-04 10:15

"美, 공항서 솔레이마니 기다렸다 드론공습…임기표적 방식작전"(종합)
미국인 포격사망·추가 공격 정보가 공습 결정 요인…동선 꾸준히 파악
MQ-9 리퍼 드론 투입…트럼프, 공습시간에 지인들과 아이스크림 만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것은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미국인 사망사건과 이란의 추가 공격 정보가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오랫동안 동선을 추적해온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지시에 따라 드론을 이용한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당시 지인들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만찬 중이었다.
3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이번 공습을 크게 자극한 요인이 됐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민이 공격당했을 때 무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는데, 이란이 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도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인 사망자가 발생한 후 솔레이마니 공습을 위한 극비 임무가 가동됐고, 특수작전 부대가 며칠간 공습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만약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관리를 만났다면 공습은 취소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레이마니가 미국 외교관과 군인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이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도 공습의 큰 이유로 작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수백명은 아니더라도 미국인 수십명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했을 것"이라며 "많은 무슬림과 이라크인, 다른 나라의 국민도 살해됐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정부는 이란이 이라크뿐만 아니라 시리아, 레바논에 있는 미국인까지 공격할 계획에 관해 정교한 정보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가 확보된 정보를 제공했고, 이것이 공습 결정을 이끌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공습 전 백악관은 공습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자위권에 해당하는 일이어서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강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초 폼페이오 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 관료들에게 둘러싸였고, 전화로 다른 고문들의 조언을 구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공습 준비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여러 나라를 방문할 계획을 취소했고, 최근 몇 주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도 몇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2일 오후 주미 이라크 대사를 호출했다고 한다.
CNN은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작전이 '임기 표적'(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수행됐다고 전했다. 임기표적이란 사전에 위치를 정해둔 '계획 표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드러난 긴급 표적이란 의미로,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봐가며 공격을 감행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솔레이마니 제거 결정이 최근 며칠 새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언급도 나왔다.
폴리티코는 국방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지난 2달간 이라크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 공격이 심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기회가 생길 경우 솔레이마니를 제거해도 된다는 비상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최근 몇 달 간 이란의 위협을 지켜본 결과 미 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이란에 강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움직임이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 행보를 마다하지 않은 솔레이마니의 특성 때문에 동선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는 전언도 잇따랐다.
한 미국 관리는 솔레이마니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했다며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의 이미지에 집착했다고 평가했고, 또다른 관리는 마치 자신이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다녔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한 외교정책 담당자는 폴리티코에 "우리는 수년간 매일 매순간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매일 5~6개 정보기관이 그의 소재를 말해줄 수 있었다"며 "미국이 감히 나를 해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생각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번 공습 준비에는 비밀 정보원, 전자 도청, 정찰기, 다른 감시 도구들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제 공격에는 MQ-9 리퍼 드론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술레이마니가 공항에 도착했고 우리는 임기표적을 잡았다. 우리는 대통령의 지시에 근거해 일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2007년 1월 미국 특수부대가 그의 동선을 파악했지만 사격을 보류한 적이 있다면서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검토하다 이란과 전쟁 우려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시점인 2일 저녁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오랜 지인들과 아이스크림과 고기구이 등으로 만찬을 하고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폴리티코에 공습 첫 뉴스가 나온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조용하고 차분하고 침착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 무렵 찍은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카시 원내대표,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 호건 기들리 부대변인 등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고 한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후 인스타그램에 "겨울 백악관에서 기억에 남고 역사적인 저녁. 대통령이 자랑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국방부는 오후 9시46분 솔레이마니의 사망을 확인하는 163단어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14분 빨리 아무런 설명 없이 미 성조기 문양을 트위터 계정에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보호받을 것이다. 이 일은 (미 영사관이 공격받아 미국 대사가 사망한 리비아) 벵가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이번에도 사전에 공습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 의원은 사전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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