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통우방' 캄보디아, 대북제재 철저이행…관계 균열?

입력 2020-01-08 15:41  

北 '전통우방' 캄보디아, 대북제재 철저이행…관계 균열?
"유엔결의 충실히 따르며 대외관계 실리 추구…속도 조절할 것"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인 캄보디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에 대응해 2017년 12월 22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의 8항은 북한의 '달러벌이'를 막기 위해 유엔 회원국이 지난해 12월 22일까지 자국 내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말 자국 내 북한 식당 6곳은 물론 북한이 2천100만달러(약 243억원)를 투자한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과 북한인이 운영하던 10개 투자 회사에 모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에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 체류하며 중국 온라인 도박운영과 관련한 IT 기술자로 일하던 북한인 16명을 체포해 추방했다.
캄보디아는 냉전 시절 남한을 배제하고 북한과 수교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특히 2012년 별세한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은 생전 김일성 북한 주석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시아누크 전 국왕은 1979년 베트남이 '킬링필드'를 일으킨 캄보디아 폴 포트 정권을 몰아내자 해외로 도피, 10년간 망명 생활을 할 때 북한의 도움을 톡톡히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1993년 왕위에 복귀한 시아누크 전 국왕은 냉전이 끝난 뒤에도 남한과의 수교에 끈질기게 반대했다.
그러나 1993년 유엔 캄보디아 과도행정 기구(UNTAC)가 주관한 선거를 통해 시아누크 전 국왕과 함께 공동총리가 된 훈센 현 총리가 실권을 장악하면서 사정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게 현지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캄보디아는 실리에 더 무게를 둔 훈센 총리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1997년 남한과 국교를 수립하고 우호 관계를 발전시켰다.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국민당이 2002년 지방선거에서 석권하며 훈센 총리 독주체제를 구축한 뒤 이 같은 기류는 더 뚜렷해졌다.
북한이 2016년 2차례에 걸쳐 핵 및 미사일 실험을 하자 한반도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야당 탄압 중단과 인권 개선 등을 요구하며 무역 특혜 철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도 캄보디아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해 서구의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 최근 해빙무드에 들어간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입헌군주국이고 노로돔 시하모니 현 국왕도 북한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캄보디아가 북한과 완전히 등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 9일 캄보디아 독립 66주년에 즈음해 시하모니 국왕에게 보낸 축전을 통해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 협조 관계 역사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캄보디아 정부도 이번에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결의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8일 "캄보디아 정부는 유엔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외관계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 관계가 있고, 국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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