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끗발 센 동남아, 신종코로나 미온 대처"

입력 2020-02-03 11:59   수정 2020-02-03 14:29

"중국 끗발 센 동남아, 신종코로나 미온 대처"
NYT, 캄보디아 등 확산위험 축소…"중국 심기 거스를까 의식도"
전문가 "미흡한 대응, 확산 부채질"…WHO "보건체계 취약한 나라 걱정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병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으로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지만 일부 동남아 국가는 사태를 축소하는 모습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이하 동일) 보도했다.
NYT는 중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는 등 중국의 입김이 강한 곳에서 신종코로나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사례로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을 꼽았다.
동남아는 신종코로나 '발원지' 중국과 근접한 탓에 중국 바깥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당국자들은 위험 축소에 급급하며, 심지어 터놓고 중국의 심기 '경호'에 신경 쓰는 행태를 보인다고 NYT는 꼬집었다.
'반미친중(反美親中)' 성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최근까지 중국발 방문자의 입국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2일 중국밖에서 첫 사망자를 내고서야 중국발(發) 외국인 입국을 잠정 금지했다.

일본에 이어 확진자 발생 '3위' 국가인 태국에서는 지난달 31일 택시 기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가 하면, 치앙마이에서 중국인 의심환자가 '음성' 판정으로 격리가 해제돼 일반 병실로 옮겨진 후 재검사에서 양성으로 결과가 뒤집혀 다시 격리되는 등 추가 전파 우려가 급격히 고조했다.
그러나 태국 보건당국자들은 전파 위험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며 '과도한 우려'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 착용은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하므로 마스크 착용자를 내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훈센 총리는 "이 병으로 죽은 캄보디아인이나 외국인이 있느냐"며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진짜 질병은 공포라는 병이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우한에서 철수한 자국민이 격리된 나투나제도 주민들이 미흡한 감염 방지대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지만, 당국자들은 주민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테라완 아구스 푸트란토 보건장관은 "조바심치지 말라. 그냥 즐기면서 식사를 충분히 하라"며 주민의 불안과 항의를 일축했다.


동남아 일부 국가는 신종 감염병 확산 위험이 높은 지역이면서도 대응할 역량과 인프라가 미흡한 탓에 위험을 과소평가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 일쑤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미얀마 정부는 의심 환자 1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국내에 진단 기술이 없어 시료를 태국이나 홍콩으로 보내야 한다.
미얀마 당국자들은 "양파가 신종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엉터리 대책을 퍼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 있는 한 병원에서 제작한 신종코로나 발표자료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오래 안 갈 것이다"는 '농담성' 표현이 등장, 의료진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 미온적 대처로 신종코로나가 더욱 창궐할까 우려하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가장 큰 우려는 보건 체계가 취약한 국가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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