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풍향계 '아이오와의 악몽'…미 민주 경선 출발부터 덜컹

입력 2020-02-05 01:24   수정 2020-02-05 01:41

고장난 풍향계 '아이오와의 악몽'…미 민주 경선 출발부터 덜컹
샌더스측 '바이든 4위 추락' 자체집계 발표…"개표지연, 바이든에 구명줄" 뒷말
'신뢰도 추락' 속 '갈길 잃은 레이스' 후폭풍 예고…코커스 무용론도
대혼돈 반사이익은 트럼프의 몫…국정연설·'탄핵무죄' 앞두고 민주 조롱



(워싱턴·디모인[미 아이오와주]==연합뉴스) 송수경 백나리 특파원 =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민주당이 이튿날 오전까지도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등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출반부터 덜컹거리고 있다.
첫 경선부터 파행과 혼란으로 얼룩지면서 민주당으로선 단단히 체면을 구기게 됐다. 개표 결과 지연으로 아이오와에 있던 각 후보 캠프와 민주당 전체가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고 밤새 그야말로 '대혼돈'이 연출됐다.
무엇보다 개표 과정의 혼선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신뢰성에 먹칠하게 되는 등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최종 결과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전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부 캠프 등을 출처로 조사 결과가 나돌고 각 진영이 서로 승리를 주장하는 장면도 빚어졌다.
특히 '대세론'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위로 추락하는 등 예상외로 '충격적'인 수준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주장'이 나머지 캠프 등을 통해 속속 전해지는 가운데 상대 진영 일각에서는 개표 결과 지연을 놓고 '바이든 보호용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돌 정도였다.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개표 결과를 세분화하는 등 '새로운 룰'을 적용했지만, 코커스 무용론까지 수면 위로 떠오를 정도로 철저한 준비 없이 과욕을 부리다 제도의 효용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결국 민주당의 '빛바랜 경선'으로 전날 개표 초반부에 일찌감치 97%의 득표율로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를 확정 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모양새다.



◇"처참한 출발 '오명'…트럼프만 웃을 일 자초" = 미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아이오와 민주당의 개표 대참사는 트럼프에게 기회를 건넨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내쫓기 위한 민주당의 2020년 대장정은 이보다 더 처참하고 당황스러운 출발을 할 수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커스 악몽'이 지난 몇달간 자신의 라이벌들을 폄하·매도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대선 국면이 자신에게 이번 사태를 민주당에 대한 공격 무기로 삼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국정연설(4일) 전야이자, 부결이 확실시되는 상원의 탄핵소추안 표결(5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아이오와 경선은 완전한 재앙", "지난밤 유일한 승자는 트럼프" 등의 폭풍트윗으로 민주당을 조롱하며 '남의 집'의 불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전체 대선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자부심을 가져온 아이오와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모욕'이라고 CNN은 전했다.
AP통신도 "이번 코커스는 승자도, 공식적 결과도 없이 하루를 마감했다"며 아이오와가 '첫 번째 경선지'라고 각광을 받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샌더스측 '샌더스 1위, 바이든 4위' vs 바이든측 "공식 집계 아냐" = 개표 지연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밤사이 각 캠프에서는 저마다 선거구별로 취합한 자체 집계를 발표하며 승기를 주장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특히 다른 진영을 중심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충격'에 가까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이야기들이 퍼지고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이를 부인하는 등 신경전도 과열되는 양상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측은 이날 오전 2시께 40%에 가까운 선거구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샌더스 상원의원이 29%로 선두를 차지하고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26%,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8%, 바이든 전 부통령 15%로 각각 그 뒤를 잇고 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그동안 대다수 전국적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세론 구축을 시도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치욕의 4위'를 기록하며 1차 투표 합격선인 15%를 간신히 턱걸이하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한 셈이 된다.
정치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1.87% 개표 기준 자체 집계에서도 샌더스 상원의원(25.0%), 워런 상원의원(22.0%), 부티지지 전 시장(19.0%)이 각각 1,2,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과 동률인 13.0%를 기록, 아예 '15% 기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워런 캠프측도 "워런과 샌더스, 부티지지가 상위 3위권을 차지했고 바이든은 한참 떨어진 4위였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워런 상원의원도 이날 오전 "접전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부티지지 캠프측도 부티지지 전 시장이 예상보다 선전했으며 승리로 향해 가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주장했다고 WP가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경쟁 진영들의 '미확인 결과 발표'에 대해 "어떠한 공식 통계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며 각 캠프가 불완전한 통계를 배포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앞서 개표 결과가 늦어지면서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승리를 주장하며 연설을 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어떤 결과 나와도 '신뢰 먹칠'…전체 경선에 '먹구름'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이오와 코커스는 대선 풍향계라는 상징성과 그 신뢰도에 커다란 내상을 입게 됐다.
더욱이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고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경쟁 진영 등을 중심으로 결과적으로 이번 공개 지연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 '살길'을 열어줬다는 의구심 어린 시선도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선전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는 캠프 측은 발표 지연에 부글부글하는 모습이다.
CNN방송은 "이번 사태는 그게 누가 됐든 선두에 오른 후보에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안겼고, 반면 성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소중한 구명줄이 됐다"고 꼬집었다.
워런 측 캠프도 "이번 사태는 바이든에게 구명줄을 준 셈"이라고 반발했다.
AP통신은 불확실성과 정당 내부의 분노 등이 향후 몇달간 진행될 '길고도 분열적인 경선' 위에 드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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