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비행기로 떠나는데'…우한에 발묶인 아프리카인의 비애

입력 2020-02-06 18:23   수정 2020-02-06 19:46

'남들은 비행기로 떠나는데'…우한에 발묶인 아프리카인의 비애
우한에 아프리카 학생 약 5천명 체류…아프리카 빈국들, 전세기 투입 못해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 체류 중인 아프리카인들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이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전세기로 우한의 자국민을 속속 철수시키고 있다.
반면 '봉쇄도시' 우한에 갇힌 아프리카인들은 다른 국가 국민의 대피 행렬을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보는 처지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이집트는 지난 3일 우한에 체류하던 국민 301명을 비행기로 데려왔다.
앞서 지난 2일 우한에 머물던 모로코 국민 160여명도 비행기를 타고 고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아프리카 54개국 중 대부분이 아직 우한에서 자국민을 철수시키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4일 우한의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음식, 마스크, 식수 등 물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駐)우한 말라위인협회 회장인 브라이트 치파고는 가디언에 "학생들이 절망에 빠졌다"며 "우리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다. 음식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한의 말라위 학생 50여명은 말라위 정부에 우한 탈출을 위한 항공기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케냐 학생은 우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 부족과 음식 부족을 꼽았다.
그는 "우리는 온라인이나 다른 대학의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는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다"며 "우리는 하루에 한 끼만 먹어왔다"고 밝혔다.
현재 우한에 체류 중인 아프리카 유학생은 약 5천명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중국이 최근 아프리카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중국 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아프리카 학생들이 늘었다.
우한을 떠나지 못하는 아프리카 학생들은 대학 내 시설 등에서 제한된 생활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한에서 국민을 데려오지 못하는 데는 경제적 어려움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지난 3일 우한에 있는 국민을 항공기로 철수시키기 쉽지 않다며 전세기나 전문적인 의료 요원, 격리시설 등 여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빈국들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예방에 힘쓰는 상황에서 해외에 체류 중인 국민을 데려올 여유가 없는 것이다.
또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우한의 자국민을 대피시키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우한에서 외국인 철수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한에 가족을 둔 아프리카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아프리카 서부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는 우한에 있는 세네갈 학생들을 탈출시켜 달라고 정부에 호소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름이 '요로 바'인 세네갈인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이들은 조국에 의해 구조되는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세네갈 정부가 우한에서 국민을 철수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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