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독일 튀링겐서 1930 나치의 기억'…주총리선거 후폭풍

입력 2020-02-08 06:35  

'2020 독일 튀링겐서 1930 나치의 기억'…주총리선거 후폭풍
극우정당 AfD 지원에 당선된 자민당 소속 총리, 하루 만에 사퇴
메르켈의 기민당 곤혹…지방선거 재선거·총리선거 재실시 놓고 이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튀링겐주(州)의 총리 선출 결과가 독일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극우 성향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사실상 '킹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겨줬다.
기성 정치권이 책임론을 둘러싸고 후폭풍에 휩싸였을 뿐만 아니라, 지식인 사회에서도 과거 나치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튀링겐주 총리 선거에서 친(親)기업성향으로 소수당인 자유민주당 소속 토마스 켐메리히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면서 벌어졌다.
자민당은 지난 지방선거서 5%를 득표해 간신히 주의회 진출 기준선을 통과한 소수정당이다.
애초 튀링겐주에서는 좌파당과 사회민주당, 녹색당의 공동 후보가 총리 자리를 예약하고 있었다.
이들 세 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사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켐메리히는 중도보수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민주당 의원들의 지원을 받은 데다, AfD 의원들의 몰표를 얻으면서 한표 차로 판세를 뒤집었다.
AfD에서도 총리 후보가 나왔지만, 정치판을 흔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AfD가 켐메리히를 밀어준 것이다.
독일 기성정당은 2017년 9월 총선에서 AfD가 연방의회에 처음 진입한 뒤 공식적으로 AfD와의 협력을 거부해왔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는 정치권과 사회를 요동치게 했다.
튀링겐주는 역사적으로 지난 1930년 나치가 처음으로 지방정부 구성에 참여한 곳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당시 나치당인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소속의 빌헬름 프리크가 튀링겐주 내무교육부 장관을 맡았다. 그는 경찰관들을 나치로 교체해 나가고 자유로운 사상 교육을 막는 등 나치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2년 뒤인 1932년 독일 총선에서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은 제1당으로 부상했고, 이듬해에 아돌프 히틀러가 총리직에 올라서며 나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자민당은 사전에 AfD와 협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책임론의 화살은 기민당으로도 향했다.
애초 기민당 주의원들이 자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면, AfD가 지지했다고 해도 당선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전에 기민당의 중앙당 수뇌부가 이런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대표는 5일 재선거를 요구했다. 남아프리카 지역을 순방 중인 메르켈 총리도 6일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에서 기민당, 기독사회당과 연립정부를 구성 중인 사민당도 기민당을 비판하면서,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으면 연정을 계속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사민당의 라르스 클링바일 사무총장은 7일 기민당이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기민당은 고의로 이 상황에 부딪혔다"면서 "튀링겐주의 기민당은 크람프-카렌바우어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켐메리히가 총리 선출 25시간 만에 총리직 사퇴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정국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지방선거 재선거를 놓고 기성정당 간, 정당 내부에 이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민당과 사민당은 지방선거 재선거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의회 해산이 필요하다.
반면, 좌파당과 녹색당은 주총리 선거의 재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기민당은 사정이 복잡하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지방선거 재선거를 요구했지만, 튀링겐의 기민당 주의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가뜩이나 AfD가 자민당 후보를 지원할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가 기민당 주의원들을 사전에 통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지율이 부진한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이번 일로 '포스트 메르켈' 행보가 더욱더 위태롭게 됐다.
메르켈 총리도 타격을 입었다. 보수 성향의 일간 디벨트는 '메르켈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제목을 뽑으며, 메르켈 총리가 AfD의 부상에 대처하는 전략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지성 사회에서는 이번 일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사학자 미카엘 빌트 훔볼트대 교수는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고 2020년의 독일은 1932년의 독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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