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피해 故김만두·명장모 유해 나올까…75년만에 발굴

입력 2020-02-09 13:00  

징용피해 故김만두·명장모 유해 나올까…75년만에 발굴
히코산마루 피격사건 희생자 유해 매장 추정지 발굴
한국·대만·일본 시민 손으로…한반도 출신 희생자 유족까지 파악


(모토부[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군속(軍屬, 군무원에 해당)으로 동원돼 전사한 조선인의 유골을 발굴하는 작업이 9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는 한반도 출신 사망자의 신원 및 유족, 매장 추정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파악된 상태로 오키나와에서 추진되는 매우 드문 발굴이며 유골을 유족에게 돌려주는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단법인 평화디딤돌(한국), 모토부초(本部町) 겐켄(健堅)의 유골을 고향에 돌려보내는 모임(이하 일본),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등 한일 양국 시민단체로 구성된 '겐켄 유골발굴 공동실행위원회'(위원회)는 9일 오전 오키나와현 모토부초의 한 주차장 부지 한쪽에서 유골발굴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날까지 중장비를 동원해 약 4m 깊이로 땅을 파는 예비 발굴을 했으며 이날부터 한국·대만에서 온 시민들과 재일조선인, 일본인 등으로 구성된 발굴단이 호미 등을 들고 수작업으로 유해를 찾는 작업을 개시했다.
발굴지는 2차 대전 중 오키나와에서 미군과 일본군 간 지상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45년 2월 11일 발생한 히코산마루(彦山丸)호 피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14명의 유골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 장소다.

오키나와에서 희생된 조선인에 관해 조사해 온 오키모토 후키코(沖本富貴子·70) 씨가 미국 잡지 라이프 1945년 5월 28일 자에 실린 사진의 존재를 수년 전 알게 된 것이 이번 발굴의 단초가 됐다.
사진에는 흙을 덮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14명의 묘표(墓標, 사망자의 이름 등을 적어 무덤 앞에 설치한 표시물)가 세워져 있고 근처에 미군으로 보이는 인물이 서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오키모토 씨는 주민의 증언을 청취하고 옛 일본군 관련 기록 등을 뒤져 매장 추정지와 사망자 신원을 어렵게 파악했다.
유해 발굴 및 반환 운동을 벌여 온 시민단체들까지 힘을 모아 이날 마침내 발굴에 나서게 된 것이다.

사진 속 묘표에는 '김산만두'(金山萬斗), '명촌장모'(明村長模)라는 이름도 기재돼 있었다.
이들은 일본군 군속으로 동원된 한반도 출신 김만두(1921년생, 경남 출신) 씨와 명장모(1918년생, 전남 출신) 씨인 것으로 오키모토 씨 등은 판단하고 있다.
김 씨와 명 씨의 유족과도 연락이 닿아 있는 상태이며 만약 이번 발굴에서 유골이 나오면 한일 간 협의를 거쳐 DNA 검사로 신원을 특정하는 작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전쟁 때 20만명이 넘게 희생됐기 때문에 유골이 나오더라도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할 단서가 없으면 DNA 검사로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다.
오키나와에서 희생된 조선인의 유골을 찾아 유족에게 돌려준 사례는 거의 없다.
이번 발굴 작업 사망자 범위가 매우 좁혀진 상태로 추진하는 것이라서 유골 반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실제 유골이 나올지, 유골에서 DNA를 채취해 판독할 수 있을지 등이 주목된다.

발굴은 사흘간 진행되며 연인원으로 약 200명이 참가할 전망이다.
한국 측에서는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등이 유해발굴 전문가로 참가하고 있다.
전날까지 진행된 예비 발굴에서는 사람의 등뼈로 추정되는 뼈 등 5점 정도가 발견됐으나 히코산마루 피격 사건 희생자의 유해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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