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계 실세 알사드르, 추종조직 '파란모자단' 해체

입력 2020-02-12 03:22  

이라크 정계 실세 알사드르, 추종조직 '파란모자단' 해체
반정부 시위대 공격해 사상자 수십명 발생에 책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인 성직자 겸 정치인 무크다타 알사드르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추종 조직인 이른바 '파란 모자단'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알사드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낸 성명에서 이렇게 발표하면서 "반정부 시위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다면 '사드르 운동'(알사드르 추종세력)은 시위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시했다.
파란 모자단은 최근 반정부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이들을 공격해 비난을 샀다.
알사드르는 이라크 의회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알사이룬 정파를 이끌 뿐 아니라 수백만에 달하는 열성 지지층을 거느린 인물이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에서는 총리 선출과 내각 구성 과정에서 그의 의중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그의 말 한마디에 수십만명이 모일 정도로 대중 동원력도 보유했다.
그를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파란 모자단은 알사드르의 사병 조직인 평화여단(사라야 알살람) 소속 대원으로, 공권력은 아니지만 자경단 역할을 자임하는 민간 조직이다.
지난해 10월 1일 시작한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에서 파란 모자를 쓰고 다녀 파란 모자단이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알사드르는 다섯달째 접어든 반정부 시위에서 갈팡질팡했다.
시위 초기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규탄하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를 군경이 유혈 진압하면서 첫 주에만 시민 150명이 사망했다.
알사드르는 격렬하게 번지는 반정부 시위에 침묵하다 군경의 유혈진압에 대한 분노가 더 높아지고 시위 규모가 커지자 지난해 10월 하순께부터 추종세력에 시위에 참여하라고 지시했다.
시위대의 표적인 현 정부 구성을 주도한 정파가 그의 원내 세력임에도 되레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 편에 선 것이다.
그의 지시에 시위대에 합류한 파란 모자단도 군경의 유혈진압으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 시민의 호감을 샀다.

알사드르는 그러나 1월 중순께 친이란 조직과 손잡으면서 시위대와 멀어지기 시작한다.
'시민의 편'에 선 자신을 시위대가 결국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시위대가 알사드르를 포함한 기존 정치권을 강하게 거부하자 그가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군이 지난달 3일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바그다드에서 암살하고, 알사드르의 집 부근이 드론에 폭격당하자 그가 자신의 신변과 정치적 위치에 불안을 감지한 것도 친이란 진영으로 무게를 옮긴 배경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는 대중 동원력을 발휘해 지난달 24일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100만 행진'을 열어 존재감을 과시했으나, 반정부 시위대에서는 '변심'한 그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알사드르는 100만 행진 이튿날 반정부 시위가 외부 불순세력에 사주받는다는 이유로 지지를 철회하고 파란 모자단에 공권력과 협력해 사회 질서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이에 파란 모자단은 반정부 시위대의 텐트와 임시 치료소를 부수고 불을 질렀다.
그는 이어 이달 1일 의회 내 친이란 정파(파타 동맹)와 연대해 무함마드 타우피크 알라위 전 장관을 신임 총리로 지명했다. 2일에는 국민이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반정부 시위로 마비된 도로와 관공서, 학교를 재개하는 데 정부에 협력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파란 모자단은 3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활발한 남부 도시에서 시위대를 공격했고 급기야 5일 남부 나자프에서 알라위 총리를 반대하는 시위대를 공격해 최소 7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파란 모자단이 휘두르는 폭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그는 4일 "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억누르거나 나를 지키려 하지 말고 사회가 안정을 찾도록 하는 게 나의 목표다"라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7일 이라크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아파 최고 종교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꾸짖었고, 이에 부담을 느낀 알사드르가 11일 파란 모자단을 해체한 것으로 풀이된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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