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출근해야 하는데 통제는 심해져" 고향에 갇힌 중국인들 발동동

입력 2020-02-12 19:15  

[르포] "출근해야 하는데 통제는 심해져" 고향에 갇힌 중국인들 발동동
지방정부 자체 봉쇄 엄격…최고 지도부 '감염과 전쟁' 선포에 강력 조치
주요 고속도로 모두 막혀 기차역 접근 어려워…늦어진 복귀에 실업 걱정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출근날은 다가오는데 통제는 갈수록 심해져서 언제나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중국 장시(江西)성 펑청(豊城)시에 사는 중국인 리(李)모 씨는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보내기 위해 지난달 23일 귀성한 뒤 20일째 고향 집에 머무르고 있다.
회사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시 정부의 통지에 따르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한 달 가까이 업무 복귀가 늦어지면서 리 씨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리 씨의 고향 동네에서는 며칠 전만 해도 지역 정부에서 발급한 통행증을 가지고 있으면 일주일에 3번 정도 동네 마트에 가서 장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인근 지역 아파트 단지는 물론 주택단지 등도 자치위원회에서 주도해 주문을 받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물건도 역시 날을 잡아 한 번에 배송받아야 한다.
자치위원회는 100위안(1만7천원 상당)들이 한꾸러미에 채소, 고기 등 상품을 구성해 지역 주민들의 휴대전화로 공지한 뒤 필요 수량을 미리 주문받는다.
생활용품이 배송 오는 날에는 아파트 입구에 가구별로 구매한 물건이 담긴 택배가 가득 쌓인다.
리 씨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언론에서는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 데 통제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무단으로 외출을 하는 것조차 허용이 안 되고, 이웃 중 한 사람은 무단으로 밖에 나갔다가 1만위안(170만원 상당)의 벌금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취재진의 취재 결과 장시뿐 아니라 산시(山西)성, 랴오닝(遼寧) 등 지방 지역의 상황은 대부분 비슷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가 '감염병과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조치에 나서자 지방 정부에서 자체적인 조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모양새다.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시 인근 칭쉬(淸徐)현에 사는 왕모 씨도 9일 근무지인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기차표를 예매했지만, 고향에서부터 타이위안까지 이어지는 도로가 모두 통제돼 귀경을 포기했다.
왕 씨가 귀경을 포기해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왕 씨의 고향에서 출발 전날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봉쇄 조치가 강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쉬칭현에서 타이위안으로 접근하는 고속도로는 차단막이 설치되고, 공안과 공무원이 배치돼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왕 씨의 마을에서는 자치위원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꼭 필요한 일 아니면, 외출 금지'(非必要不外出)라는 구호를 외치고 다니기도 한다.
지역 파출소 공안들은 조를 이뤄 매시간 마을을 순찰하며 외출 용무를 마친 사람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도록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담당 지방 정부들은 행동수칙과 방역 요령 등을 담은 안내 문자메시지를 매일 모든 구성원에게 발송하고 있다.
왕 씨처럼 외지에 있다가 온 사람들에 대한 연락처와 이름, 거주지는 이미 자치위원회에서 파악해 지방 정부에 보고됐다.
왕 씨의 주요 일과는 같은 처지의 고향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대부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중국 1선 도시에 직장이 있는 친구들은 업무 복귀가 늦어지면서 일자리를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왕 씨는 "그나마 사무직종은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형편이 나은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친구들은 실직 우려 때문에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그는 "워낙 특수한 상황이라 회사에서도 당연히 이해를 해주고 있지만, 생산직종은 이번 일로 타격이 매우 크다"면서 "봉쇄조치가 길어지면 회사 부담이 커져 인력 감축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봉쇄 조치가 이뤄지는 대부분 지방 정부는 이달 말까지 현재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다.
귀경이 늦어진 사람들은 베이징을 비롯한 대부분 1선 도시가 복귀 후 14일간 재택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본격적인 업무 복귀는 3월 초·중순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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