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에 자동차 부품업체 많아…영업점엔 발길 뚝
철강·조선 등 사태 장기화시 타격 불가피 우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고은지 김동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중국산 부품조달이 끊기며 생산 차질을 겪은 자동차 업계가 이제는 국내 확산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경북지역에 자동차부품업체가 많아서 자칫하면 다시 완성차 업체 휴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선과 철강업계는 사업장 폐쇄가 발생할까봐 긴장하는 한편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며 세계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 완성차업체 생산 원활치 않아…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아직 불안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춘제가 끝난 후에도 와이어링 하니스 등 중국산 부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몇차례 휴업을 연장했다.
GV80과 팰리세이드 등 주문이 밀린 인기차종을 생산하는 현대차[005380] 울산 2공장 생산라인도 21일 하루 가동을 멈춰야 했다.
한국지엠(GM)은 와이어링 하니스 등 부품 공급 문제로 17∼18일 부평 1공장을 휴업했고 21일엔 설비 문제로 휴업했다.
그래도 점차 사정이 나아져서 현대·기아차[000270]는 다음 주에는 전주공장 버스 생산라인 일부만 제외하고는 모두 가동한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내 와이어링 하니스 공장 40개가 모두 문을 열었고 직원 출근율도 평균 80%를 넘었다고 전했다.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업체 경신은 칭다오(靑島)와 장쑤(江蘇)공장에 이어 안후이(安徽), 지모(?墨) 공장까지 모두 3∼4일 전부터는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공백이 생기면 바로 신규 채용해서 생산량이 17일 80% 수준에서 20일 98%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경신은 전했다.
경신 관계자는 "새로 뽑은 인력은 숙련도가 떨어져서 생산 속도가 예전같지는 않기 때문에 연장근무 등을 하면서 밀린 물량을 채우고 비상경영·비상생산체계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구·경북에 자동차 부품업체 집중…영업점 한산에 판매위축 우려
중국발 충격이 수그러드는 듯 하던 시점에 국내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자 자동차 업계는 다시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집중돼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신달석 이사장은 "완성차 생산이 줄면서 부품업체들도 힘든 상황으로, 아직 60% 정도만 정상화된 것 같다"며 "행여라도 대구 부품업체에서 확진자가 나와 생산을 중단한다든지 피해가 있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 부품업체가 멈추면 국내 완성차 업체가 모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해당 지역에 있는 1차 협력업체 60여곳에 달한다.
게다가 국내외 판매 위축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쏘렌토 등 신차는 사상 최대 사전계약 기록을 세우는 등 일부 차종은 관심을 받지만 전반적으로는 오프라인 소비가 확 줄면서 영업점도 고민이 깊다.
현대·기아차 영업점도 방문객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른 업체들 사정은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영업점에도 손소독제, 열화상 카메라, 마스크 등을 두고 고객들이 타보는 전시차에는 소독제와 위생티슈로 수시로 소독을 하고 있다.
신형 쏘렌토를 출시한 기아차는 고객이 영업점에 오지 않고도 차량 정보를 확인하도록 가격표를 집으로 보내준다.
◇ 철강업계 세계경기 위축 우려…조선업계도 방역 총력
철강업계는 아직 직접적인 생산차질이나 피해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확진자가 나오며 사업장 폐쇄가 발생할까봐 주의하고 있다.
포스코는 상황을 '심각' 단계로 인식하고 21일부터는 출장을 최소화하고 부득이한 경우 확진 환자 발생지나 인구밀집지역을 지나지 않도록 하는 등 예방조치를 강화했다.
포스코 중국 공장은 우한 가공센터 외에는 정상 가동 중이고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주재원들은 상하이로 복귀했다.
중국 내륙운송과 항만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됨에 따라 원자재 공급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중국산 원자재 비중이 작고 그나마도 유럽 인도 등에서 대신 들여올 수 있어서 원자재 수급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도 톈진법인 외에는 정상 가동 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수출물량은 미미해서 영업에 큰 차질이 없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업체들도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며 국내 사업장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중국에 더해 대구·경북지역까지 방문 이력을 파악해서 방역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중국 블록 공장은 지난주까지 직영 인력은 80% 정도 복귀했고 협력사 직원은 그보다 적다고 전했다.
하반기에 납품이 몰려있기 때문에 사태가 길어지면 고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중국 출장자는 귀국조치하고 중국 주재원은 현지 재택근무 지시를 내렸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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