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하이 할인매장에 인파 북적…일상 회복 갈망 표출

입력 2020-02-24 18:52  

[르포] 상하이 할인매장에 인파 북적…일상 회복 갈망 표출
후베이 여전한 봉쇄…바깥선 조심스럽게 경제 원상회복 시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경계…극장 문 닫고 개학도 기약없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주말인 23일 중국 상하이시의 아파트 밀집 지역인 구베이(古北) 거리는 마스크를 쓴 채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모처럼 북적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아래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고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아 한산하기만 했던 거리가 일순간에 활력을 되찾은 듯했다.
테이크아웃 전문 밀크티 가게 앞에는 손님들이 잔뜩 서 자기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에 설치된 정보무늬(QR코드) 스캔 방식을 통한 주문이 밀려들어 직원 3명은 쉴 새 없이 다양한 음료를 만들어내느라 온통 정신이 없어 보였다. 고객들은 주문 후 10여분이 지나서야 자기 음료를 받아 갈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미용실 문 앞을 지키던 남자 직원은 "춘제 연휴 뒤로 처음 문을 열었다"고 했다. 안에서는 마스크를 쓴 미용사 2명이 각자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쓴 고객 2명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었다.

상하이 민항(閔行)구에 있는 창고형 할인 매장 코스트코에는 주말을 맞아 손님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한꺽번에 몰리자 코스트코는 동시 입장 고객을 1천명으로 제한한다는 긴급 안내를 할 정도였다.
불과 두 달 전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누렸던 외출과 쇼핑 등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고픈 갈망의 표출인 듯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힘없이 무너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경제·사회적 질서가 점점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고 많은 상인이 다시 생업에 나선 데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일단 한풀 꺾였다는 인식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23일 우한 등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전역의 신규 코로나19 환자는 단 11명.
중국의 31개 성(省)급 행정구역 가운데 상하이시를 비롯해 수도 베이징시, 톈진시, 장쑤성, 저장성 등 24개 지역에서 이날 단 한 명의 신규 확진 환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보통 중국의 성급 행정구역 하나가 면적, 인구, 경제력 면에서 남한 전체와 비교된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며칠째 신규 확진 환자가 한 명이 있거나 아예 없는 정도로 느껴진다는 얘기다.
적어도 통계로 봤을 땐,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의 사정도 크게 나아졌다.
23일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는 398명. 지난 12일 임상 진단 병례까지 포함해 하루에만 무려 1만4천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새로 나온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중국 당·정은 코로나19 발병 중심지인 후베이성을 철저히 관리해나가고 다른 지역으로 추가 확산을 막는다는 전제하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의 경제·사회 질서를 하루빨리 회복하는 쪽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 사태가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국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 지도부는 사실상 경제 살리기 총력전에 들어간 것이다.
시 주석은 전날 열린 '코로나19 예방·통제와 경제·사회 발전에 관한 회의'에서 방역 업무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면서도 올해 경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다그쳤다.
물론 중국 당국 역시 코로나19의 재확산을 크게 경계한다. 공식 통계로 봤을 때 신규 환자 감소세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음에도 섣불리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못하는 자칫 성급한 승리 선포가 큰 정치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여러 조치를 보면 중국 당·정이 이미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광둥성 정부가 공중위생 사건 대응 단계를 최상급인 1급에서 다음 등급인 2급으로 내린 것을 비롯해 많은 중국 성급 지방정부들이 대응 단계를 한 단계에서 많게는 두 단계까지 내렸다.

중국이 뒤늦게나마 우한을 전면 봉쇄하는 극약 조처를 하고 국가적인 동원 태세를 마련한 끝에 코로나19 확산 저지전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미 2천5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나온 가운데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온전히 헤어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긴 춘제 연휴 이후 기업들이 운영 정상화에 들어간 지 2주가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인력과 물자를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률을 평상시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일터로 다시 많은 근로자가 돌아간 가운데 전염력이 빠른 코로나19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되는 점이다.
최근 중국 최대 인터넷 서점 운영사인 당당(當當)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로 확진되면서 전 직원이 자가 격리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 언제든 중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벌어질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의 중국 선전(深천<土+川>)과 정저우(鄭州) 두 곳 공장에만 역 무려 34만명이 일하는데 이런 대규모 사업장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의 경제적 파장은 매우 클 수 있다.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의 운영을 정상화했지만 아직도 극장, 공연장 등 문화·콘텐츠 사업은 업무 재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사회 정상화의 필수 과제인 각급 학교 개학이 언제 이뤄질지도 기약이 없는 상태다. 상하이시 등 많은 중국 지방정부는 3월 이후 학생들이 집에서 계속 머무르면서 온라인 수업을 하도록 했다. 자녀들이 집에 머무르면서 출근을 해야 하는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보살피는 일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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