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떠나면 아프간은 탈레반 차지?…평화합의에도 난제 산적

입력 2020-02-29 22:19  

미군 떠나면 아프간은 탈레반 차지?…평화합의에도 난제 산적
철군 과정 변수 많고 탈레반 신뢰도 낮아…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우려
정파 갈등도 심각…여성 인권 탄압 가능성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의 평화합의안이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타결됐지만 완전한 평화 정착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 남았다.
단계적 미군 철군 과정에서 생길 돌발 변수, 철군 후 빚어질 내전 재발 가능성, 정파간 갈등, 여성 인권, 이슬람국가(IS) 세력 확장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이 성급하게 발을 뺄 경우 탈레반이 전력 공백을 틈타 아프간을 다시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 탈레반을 믿을 수 있나?…아프간은 결국 다시 탈레반 손에?
현재 아프간에는 약 1만2천∼1만3천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평화합의를 통해 135일 이내에 주둔 병력을 8천600명 선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후 탈레반이 합의를 잘 지킨다면 궁극적으로는 14개월 이내에 전투 병력을 모두 철수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문제는 '최종 철군'까지 돌발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탈레반과 정부군 간 큰 군사 충돌이 다시 빚어지거나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면 철군 계획에도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탈레반의 신뢰성도 문제다.
탈레반이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군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은 탈레반이 약속을 어길 경우 군사력을 다시 증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 번 아프간에서 발을 빼기로 한 이상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간 외신들은 "탈레반의 약속을 어떻게 지켜지게 할지 세부 방안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고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도 최근 탈레반이 평화협상을 '트로이의 목마'로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탈레반과 긴밀한 관계인 파키스탄이 평화 구축을 위해 진정으로 지원할지도 관건이다.
외국군이 모두 빠져나가고 나면 전투력이 강한 탈레반이 '야심'을 드러내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리고 아프간 전역을 다시 장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996년 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은 2001년 미군 공격으로 정권에서 밀려난 이후 현재 가장 힘이 센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군 철수로 아프간이 새로운 내전 상태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터 말카시안 전 미국 합동참모본부 보좌관은 AFP통신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에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미군이 철수하면 상황이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없는 아프간이 과연 스스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은 상황인 셈이다.


◇ 아프간 정부 내 갈등도 부담
탈레반은 그간 "미국의 꼭두각시인 아프간 정부와 머리를 맞댈 수 없다"며 직접 협상을 거부해왔다. 이로 인해 이번 평화협상에서도 아프간 정부는 끼지 못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만간 아프간 정부 측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이 계획이 순조롭게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20년 가까이 전투와 테러로 서로를 공격한 양측이 하루아침에 손을 잡고 정부를 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이슬람 근본주의가 기반이고, 아프간 정부는 친미 정책을 바탕으로 세속주의와 민주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지향점도 완전히 다르다.
특히 탈레반은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최근 재선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 과정에 불법이 자행됐기에 가니 정부는 평화 정착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낮은 투표율도 가니 정부의 정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
가니 대통령은 이번에 과반인 50.64%(92만3천592표)를 득표했지만 가니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이의 비중은 전체 유권자 약 970만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와중에 39.52%를 득표한 압둘라 압둘라 최고 행정관(총리 역할 수행)은 선거 결과에 불복, 별도 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 세력 확대 노리는 IS…미국엔 더 골치
아프간 내 '이슬람국가'(IS)의 움직임도 평화 정착에 암초가 될 수 있다.
2014∼2015년부터 아프간에 본격 진출한 IS는 현지에 'IS 호라산 지부'를 만드는 등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호라산은 이란어로 '해 뜨는 곳'을 뜻하며 아프간·파키스탄·인도 일부를 아우르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슬람 수니파인 IS는 시아파를 배교자로 삼아 처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간 탈레반과 종종 대립해왔다.
이런 배경 속에 IS는 최근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상 기류를 틈타 영향력 확대에 더욱 힘쓰고 있다.
2019년 8월 카불 서부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 무려 63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미국과의 협상에 반대하는 탈레반 내 강경파가 조직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도 IS에는 호재다.
미국으로서는 아프간에서만 주로 활동하는 탈레반보다는 국제적으로 무차별 테러를 저지르는 IS가 앞으로 더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IS는 지난 2∼3년간 동부지역의 근거지에서 밀려났다는 게 아프간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실제로 IS는 최대 5천여명의 조직원을 유지하며 일부 점령지를 사실상 통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여성 인권 또 암흑기로 접어드나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강해지면 여성 인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에 여자 어린이 교육 금지,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 등 여성의 삶을 강하게 규제했다.
여성들은 이 밖에도 강간 등 여러 범죄에 노출됐고 강제결혼이 횡횡했다. 아프간 여성에게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기인 셈이다.
지금 카불에 사는 여성 상당수는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으며 화장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며 외출하기도 한다.
외신들은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움직임이 아프간 여성에게는 오히려 공포감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2019년 3월 카불에서 열린 대형 콘퍼런스에서 탈레반 치하에서 가족을 잃는 등 여러 고통을 겪었다며 "우리도 평화를 원하지만, 여성의 권리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천문학적 비용 남기고 성급한 탈출?
철군과 관련한 미국 내 비판 여론도 관건이다.
20년 가까이 엄청난 물자와 인력을 투입한 아프간에서 갑자기 철수하면 그간 미국이 현지에서 공들인 테러 억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토록 오랫동안 싸웠던 '적'에게 결국 아프간을 넘기고 성급하게 발을 빼려 한다는 비판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많은 것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만, 탈레반은 잃을 게 거의 없는 협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프간전에 투입한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과 전쟁이 남긴 수많은 사상자도 미국에는 부담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 군비와 재건 비용 등 아프간 전쟁에 투입한 총비용이 2조달러(약 2천420조원)가 넘는다고 추산했다. AFP통신이 추산한 관련 비용도 1조달러(약 1천210조원)가 넘는다.
BBC방송도 미 국방부의 통계를 인용해 미국이 지난해 3월까지 아프간 전쟁에 투입한 군비는 7천600억달러(약 920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의 경우 뉴욕타임스는 전쟁 발발 이후 미군 2천400여명과 민간인 3만8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철군을 완료하더라도 아프간에 막대한 재건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원조가 끊기면 탈레반이 다른 자금원을 찾아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BBC방송은 "이번 딜은 포괄적인 평화 합의라기보다는 단순히 미국의 탈출을 위한 합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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