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빚내 코로나 경기 버티기…나라살림 적자비율 환란후 최고(종합)

입력 2020-03-04 11:37   수정 2020-03-04 14:16

10조 빚내 코로나 경기 버티기…나라살림 적자비율 환란후 최고(종합)
11.7조 절반 넘는 6.2조 '내수침체 대응'…"소비활성화 역부족" 지적도
관리재정적자 비율 1998년 이후 첫 4% 돌파…국가채무비율 41% 넘어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11조7천억원 규모의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새해 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2개월여만에 편성됐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1분기에 추경이 편성된 사례는 3차례에 그쳤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추경의 절반 이상을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과 얼어붙은 내수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 목표대로 추경이 위축된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슈퍼 추경'을 위해 10조3천억원의 적자국채가 발행되면서 나라살림 적자비율이 외환위기 후 최대로 올라서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비상경제시국'에 11.7조 추경 초스피드 편성…내수살리기 '올인'

정부가 추경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달 24일로, 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기까지 불과 열흘이 걸렸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추경안 편성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과거보다 중국 경제의 비중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음을 감안할 때 '경기 하방위험'을 막기 위해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당초 정부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3조4천억원 규모의 예비비부터 활용하겠다"며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추경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례 없는 속도로 추경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1분기에 추경이 편성된 경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1999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등 세 차례뿐이었다.
이번 추경은 세출 예산 8조5천억원 가운데 방역 체계 보강에 배정된 2조3천억원을 제외하고 ▲ 코로나19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고용안정 3조원 ▲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 2조4천억원 ▲ 침체된 지역경제·상권 살리기 8천억원 등 나머지 6조2천억원이 전부 내수 살리기에 쓰인다.
이번 추경 편성에 앞서 정부가 1차로 방역, 소상공인 정책금융 공급, 저비용 항공사(LCC) 융자 등에 약 4조원을 투입하고, 지난달 28일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통해 16조원 규모의 2차 대책을 내놓은 것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는 31조6천억원에 이른다.
이번 추경에는 저소득층·노인·아동 500만명에 2조원 소비쿠폰, 가족돌봄 휴가 긴급 지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확대, 중소기업·소상공인 긴급대출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정책적 상상력에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주문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얼어붙은 소비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재난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지급 등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책의 세부적인 내용이 일반적인 소비 진작책들로 채워져 있어서 효과가 제한적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소비쿠폰은 없는 것보단 낫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며 "오히려 피해를 입은 영세상인과 소상공인 등에게 현금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게 일단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안의 내용을 보면 경기부양책은 아니다"면서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성장률을 끌어올리거나 경기부양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진행 경과를 보면서 필요할 경우 4차, 5차의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이번에는 코로나19 피해극복 지원과 경제 모멘텀 살리기, 당장의 방역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번 대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더 필요하면 그 이상(대책)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적자국채 10.3조에 관리재정적자 4% 돌파…재정 건전성 우려

정부는 이번에 추경을 편성하면서 한은잉여금 7천억원 전액과 기금여유자금 등 7천억원을 우선 활용한 뒤 나머지는 적자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는데, 이 규모가 10조3천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이 4%를 넘어서는 한편 국가채무비율은 41.2%에 이르며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020년 본예산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1조5천억원이었으나 이번 추경안으로 적자 규모가 10조5천억원 늘면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종전 3.5%에서 4.1%로 확대된다.
이런 비율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 이후 최대이자, 처음 4%를 돌파한 것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이 3%를 넘어선 적은 1998년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세 차례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추경안으로 2020년 예산 기준 805조2천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15조5천억원으로 증가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1.2%까지 올라간다.
재정 당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0%를 마지노선으로 봐왔는데 이를 넘어서는 것이다.



정부도 이같은 재정 건전성 우려를 인식하고 있지만, 급속도로 악화하는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재정의 역할과 건전성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문제, 피해극복 지원 문제, 경기를 최소한은 떠받쳐야 하는 문제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에 기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입기반 확충 노력과 함께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적극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기백 교수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있겠지만 지금은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하는 것으로, 구조적인 적자가 나는 게 아니라 이번에 일시적으로 빚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성태윤 교수는 "재정 규모가 이미 팽창한 상태에서 추경으로 더 늘려서 과도해졌고, 국가채무비율 40%를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나 40%를 넘어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세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민간 소비와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올해는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아 재정 건전성이 이번에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극복 대책에 세수 감소 효과가 1조7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조세 감면 대책들이 포함된 데다, 경기 침체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까지 주요 3대 세목의 실적이 예산상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 세입 경정 3조2천억원을 포함했다.
이와 관련, 임재현 세제실장은 "3조2천억원 세입 경정 수치 중에 올해 소득세, 법인세 감소분은 반영돼 있다. 다만 전년도 실적이어서 올해 코로나에 따른 악화로 인한 (세수) 감소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세수가 더 감소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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