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의사 폭로 삭제에 中 누리꾼 기사 퍼나르기로 저항

입력 2020-03-12 14:17  

우한 의사 폭로 삭제에 中 누리꾼 기사 퍼나르기로 저항
리원량에 '호루라기 건넨 사람' 아이펀, 당국 은폐 밝혀
누리꾼들 기사 '갑골문·이모티콘 버전'까지 올려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우한(武漢)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렸던 의사 가운에 한 명이 당국의 은폐 내막을 폭로한 뒤 당국에 의해 기사가 삭제되자 중국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릴레이 경주하듯이 한 사이트에서 기사가 삭제되면 기사를 다른 곳으로 퍼 나르고 있다.
이들은 당국의 검열에 저항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다양한 언어와 방식으로 이 기사를 퍼뜨리고 있다. 영어판과 중국어 병음 버전, 이모지(이모티콘) 버전, 컴퓨터 코드 버전이 있었으며 심지어 갑골문으로 쓴 판본도 나왔다.
최근 잡지 '인물' 3월호 인터뷰에서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초기의 실상을 폭로한 것은 우한중심병원 응급과 주임 아이펀(艾芬)이다.
코로나19의 출현을 알리고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경찰에서 처벌을 받은 뒤 코로나19로 숨진 의사 리원량(李文亮)과 같은 병원 소속이다.
리원량이 중국에서 내부고발자라는 뜻인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휘슬블로어)으로 불렸다면 아이펀은 '호루라기를 건넨 사람'으로 묘사됐다.
아이펀은 지난해 12월 30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보고를 접하고 식은땀이 났다고 '인물'에 말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이 적힌 줄에 붉은 동그라미를 쳐서 응급과 의사 단체 채팅방에 사진을 올렸다. 아이펀이 올린 보고서 사진은 여기저기 퍼졌고 리원량이 있던 채팅방에도 전파됐다.

아이펀은 1월 2일 병원의 당 서기에게 불려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호된 질책을 받았다. 당 서기는 "밖에 회의하러 가면 얼굴을 들 수 없다. 모 주임이 우리 병원 의사 아이펀을 비판했다"면서 "응급과 주임이 돼서 어떻게 원칙도 조직 기율도 따르지 않고 헛소문을 퍼뜨렸느냐"고 추궁했다.
그는 응급과의 200여명을 일일이 찾아가 코로나바이러스 함구령을 전달하도록 명받았다. 이 병에 대해서는 남편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는 지시도 있었다. 아이펀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응급과 의료진 전원이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뿐이었다.
환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리원량을 비롯한 같은 병원 동료 의사들도 하나둘 코로나19에 희생됐다.
아이펀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질책을 받든 말든 여기저기 다 알리고 다닐 걸 그랬다"면서 후회했다.
그는 리원량과 함께 유언비어 유포죄로 경찰에서 훈계서를 쓴 8명에 자신은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호루라기를 분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친구에게 '난 호루라기를 분 사람이 아니라 나눠준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이펀의 인터뷰는 많은 사람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阿方**'은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진실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질책당해야만 했다"면서 "이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美'는 "사회에는 하나의 목소리만 있다. 이 목소리는 바로 거짓말이다"고 지적했다.
'黃**'라는 이용자는 "누리꾼들이 '인물'의 이 기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기사 역시 새로운 호루라기 소리"라고 말했다.

많은 누리꾼은 진상을 알고 싶다고 요구했다. 용기 있는 폭로를 한 아이펀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코로나19 발병 후 '우한 일기'를 쓰고 있는 작가 팡팡(方方)은 "기사가 삭제되면 각종 방식으로 다시 올려 이 기사를 남기는 것은 기사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전 글과 계정도 온라인에서 삭제됐었다.
누리꾼들은 12일 오전까지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인물 리판#'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리판의 폭로와 기사 삭제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이 해시태그는 오후 현재 차단돼 '관련 법규와 정책에 따라 이 페이지는 찾을 수 없다'는 문구만 나온다.
유명 언론인인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환구시보 위챗 계정에 올린 글에서 누리꾼들의 릴레이 기사 퍼 나르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일종의 '온라인 행위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불만을 방출할 수 있는 출구와 공간을 남겨둬야 하며 모든 것을 엄격한 관리하에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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