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51조' 재난기본소득…전문가 찬반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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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3-15 06:01  

'5조∼51조' 재난기본소득…전문가 찬반 엇갈려

'5조∼51조' 재난기본소득…전문가 찬반 엇갈려

"생계지원·경기부양 동시 달성" vs "효과 떨어지고 재원도 생각해야"

"소득 지원은 필요…타격 입은 계층 선별 지원해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정책팀 = 최근 팬데믹(세계적 유행) 선언으로 장기화가 우려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위협을 받는 취약 계층의 생계 지원과 경기 부양을 동시에 달성하는 취지에서다. 기본소득은 소득이나 노동시장의 지위 등 조건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현금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난기본소득의 경기 부양 효과 등에 대한 이견으로 찬반 의견이 갈렸다. 타격을 받은 계층에 선별적으로 소득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 '4.8조∼51조 소요' 재난기본소득 도입 요구 잇따라

15일 관련부처 등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재난기본소득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지난달 26일 민간 정책연구기관인 LAB2050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고, 27일에는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1인당 50만원'이라는 금액을 제시하며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에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자 논의는 지방자치단체로 번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6일 "일정 기간에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지역화폐 형태의 재난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며 "대구·경북처럼 경제적 피해가 막대한 지역에 먼저 지급하면 경제를 정상화하고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8일 "국민 1인당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고소득층의 경우 내년에 지급한 금액만큼 세금으로 다시 거두자"며 좀 더 구체적인 안을 내놨다. 재원은 총 51조원이 필요하며, 경제 활성화를 통해 내년 조세 수입 증가로 재정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9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기존 제도 혜택을 못 받는 중위소득 100% 이하 796만 가구에 2∼3월 두 달간의 생활비로 총 60만원을 지급하되, 받는 가구가 5월 말까지 이를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전체 소요 예산은 4조8천억원으로 추산했다.

국회 원내에서도 요구가 나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0일 "대구·경북지역에 1인당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뜻을 보탰다.

정부는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토를 해봤지만 여러 문제가 있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북 전주시는 13일 '긴급생활안정 전주형 재난 기본소득 지원금'을 1인당 52만7천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급대상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여명으로, 전체 시민이 대상이 아니기에 엄밀한 의미의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 전문가, 소비진작·경기부양 효과 이견…피해 계층 선별 지원 의견도





전문가들은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기본소득이 필요하다"며 "지원 대상을 선별하게 되면 행정비용이 필요해 전체 금액을 늘리기가 어렵고, 금액의 차등을 두게 되면 통합이 아닌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고소득자에게 지원금이 가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결국 그들은 향후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될 것"이라며 "혹은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지원금을 돌려받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도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는 "추경안에 담긴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책으로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팬데믹 선언 상황은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보편적 인식"이라며 "피해를 본 사람에게는 직접 보상이라는 의미가 있고, 다른 계층에 대해서는 경기 부양의 효과가 있는 일종의 무이자 대출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지출이 늘어날지 미지수"라며 "경기 부양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외출을 자제하는 코로나19 특수성 때문에 기본소득이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오프라인 소비로 이어지기가 어렵다"며 "오히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종식된 뒤 소득이 전달된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원 측면에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부채 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재원 마련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코로나19의 지속 기간을 줄이기 위한 방역·의료·보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재난기본소득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무차별적 지원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약계층의 소득 보전에는 찬성이지만 모든 이들에게 소득을 나눠주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2009년 일본에서 현금 지급을 했지만, 경기 부양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목표는 소비 진작이 아니라 경기 악화를 막는 것"이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시는 분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고 내년에 세금을 차등해서 걷자는 주장은 소득 양극화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세금을 걷을 때는 누진적으로 걷고 쓸 때는 취약계층에 역누진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하는 기본소득은 효과가 낮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에 크게 노출된 가구나 개인에게 집중해서 생계자금을 제공하는 게 맞다"며 "특정 계층에 대한 조건 없는 현금 지원인 재난수당을 지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별·전달비용이 클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사업자등록을 한 자영업자에게 근로장려금(EITC)을 지급하기 때문에 비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어느 선까지 지급하느냐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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