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버스 강간·살인범' 4명 사형 집행…시민 환호

입력 2020-03-20 11:10  

인도, '뉴델리 버스 강간·살인범' 4명 사형 집행…시민 환호
수차례 일정 연기 끝에 집행…피해자 어머니 "마침내 정의 실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부가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강간·살해 사건'의 범인 네 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20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도 뉴델리 인근 티하르 교도소에서 이들 사형수 4명에 대한 형 집행이 이뤄졌다.
이날 교도소 인근에는 형 집행을 촉구하고 사형수를 규탄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여성에게 정의를', '죄수를 사형시켜라' 등의 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집행 결과를 기다렸다.
사형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는 환호하며 이를 환영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피해자의 어머니 아샤 데비는 "고통스럽게 7년을 기다린 끝에 정의가 실현됐다"며 "형 집행 소식을 듣고 나는 내 딸의 사진을 끌어안았다"고 말했다.


뉴델리 번화가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특히 만연한 성폭행을 외면하던 인도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2012년 12월 16일 한 여대생은 뉴델리 남부 번화가에서 남자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본 뒤 귀가하고자 버스에 탔다가 6명에게 변을 당했다.
범인들은 달리는 버스 안에서 집단 성폭행한 후 여대생의 신체까지 잔인하게 훼손했다. 여성은 결국 13일 뒤 숨졌다.
이후 4명은 사형 선고를 받았고 다른 1명은 교도소 내에서 숨졌다. 또 다른 공범 한 명은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3년의 소년원 구금을 마치고 풀려났다.
이들에 대한 사형 선고는 2013년에 이뤄졌지만, 형 집행 일정은 여러 차례 미뤄졌다. 사형수들이 돌아가며 청원을 한 바람에 관련 심사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사형수 중 한 명인 아크샤이 타쿠르는 대법원에 낸 사형 판결 재검토 청원서에서 "뉴델리의 공기는 가스실 같고 물도 독으로 가득하다"며 "어차피 수명이 줄어들고 있는데 사형 집행이 왜 필요한가"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이번 사건 후 성범죄 관련 형량이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여전히 범람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증언차 법원에 가던 성폭행 피해자가 피의자들로부터 불태워져 중상을 입은 끝에 사망했고,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불태워져 사망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인도에 성범죄가 만연하고 일부 범행 수법은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것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아직도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도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범죄가 빈발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일부 시각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형수 중 한 명은 한 다큐멘터리에서 "제대로 된 여성은 밤에 외출하지 않으며 단정하게 옷을 입는다"며 "처신이 단정하지 않은 여성이 성폭행당하면 그 책임은 남자가 아닌 여성에게 있다"는 왜곡된 여성관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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